인생의 힘을 기르고 싶으면 요가를...
요가는 어려서부터 통통하여 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한 사람으로 관심이 많은 운동이었다.
20살이 넘어서 처음 요가를 접했던 곳은 동사무소에서 해주던 한 달 3만 원짜리 주 3회 요가 강의였다.
비명과 깔깔깔 웃음을 반복하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홀로 20대인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했지만, 몸무게는 줄어들 생각을 안 했었다.
그다음 요가를 시작한 건 임신 기간에 몸이 너무 아파서 혼자 새벽에 요가 유튜브를 틀어 놓고 요가를 했다. 하지만 요가를 하고 난 후에는 더 아파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출산 후 아이를 재워놓고 틈틈이 요가를 하며 군살이 정리되길 바랐지만 5분, 10분 하는 요가는 빛을 보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명상을 시작하면서 명상을 너무 사랑했는데 명상이 요가와 이어졌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단편적으로 명상에 대해 앉아서 생각을 조절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명상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 호흡을 타고 요가가 나왔다.
명상이 요가야??
내 인생의 전환점은 항상 갑자기 찾아온다.
거제도에서 남은 시간 어떤 것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요가에 대한 갈망이 나를 요가원으로 이끌었다.
새벽 5시 50분, 수련시간은 우리 부부가 아이들이 곤히 자고 있을 때 다녀올 수 있기에 너무 좋았다.
원래 명상이든 요가든 새벽에 해야지 좋다는 걸 들어서 거제도 옥포의 한 요가원을 방문했다.
까까머리에 얼굴이 하얗고 여리여리한 한 여자가 맞이해주었다.
비구니 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암 투병을 끝낸 선생님이었다.
12번의 항암 치료? 정확히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암이 있을 때 요가로 이겨내셨다고 했다.
본인이 대학생 때 유행하던 게 인도 방문이어서 그때 인도를 방문했다가 요가의 매력에 빠져 인도에서 요가도 배우셨다는 대단한 선생님이었다.
내가 대학생 때는 밥도 굶고 그 돈으로 술을 먹던 가난한 생활을 보냈었는데... 인도 여행이라니...
나와 스케일이 다른 사람을 만났다.
이 선생님과 함께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고 내 몸에 신경 쓰는 요가를 아니, 처음으로 큰돈을 내고하는 요가를 처음 접하고 시작했다. (일주일에 4회, 한 달 12만 원으로 비싸지는 않지만 술값빼고 자신에게는 돈을 못 쓰고 살던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매일 아침은 선생님이 우려낸 보이차와 함께 몸을 따듯하게 덥히면서 담소를 나누며 시작했다.
선생님의 책장에는 요가에 관한 책들이 한가득이었다. 영어 원서로 된 서적, 히브리어로 된 서적 등
요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호흡, 몸, 정신의 상관관계 등 종교에 치우치지 않는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이 오고 가는 시간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요가를 시작하는데 하타요가를 중심으로 한 자세를 버티고 힘을 주는 요가 위주로 몸과 마음 그리고 호흡을 단련했다. 선생님께 감사한 것은 끝나는 시간은 6시 40분이 아닌 7시 10분을 넘은 시간에 끝내 주셨다. 다른 곳은 50분 수업 땡 하면 끝나는데 이 요가원 선생님은 달랐다.
돈이 중심이 아닌 수업이 중심인 요가 수업을 해주셨다.
몸이 유연하신 분들은 힘을 더 기르셔야 해요.
인생에도 힘이 필요한데 그건 몸에서 나와요.
요가를 하며 나름 동작이 잘 되어 뿌듯했던 나에게 선생님은 유연하면 인생을 되는 대로 산다면서 힘을 길러야지 인생에 난관도 헤쳐갈 수 있다고 해주셨다. 요가 속에 인생이 있었다.
요가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우주에 대해서, 철학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입만 열면 해답이 줄줄 나오며 좋은 이야기들을 내 심장에 머리에 꾹꾹 눌러 담아 주신 게 혼자 듣기 아까워서 하루는 선생님께 질문했다.
"선생님이 아시는 내용들은 책으로 써 보시는 게 어때요?"
그랬더니 선생님은 배시시 웃으시며 "죽기 전에 후회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대답하셨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니 지금 맞는 게 나중에는 틀릴 수도 있다는 말 같았다.
하긴 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나보다 경험이 많은 저분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흘렀을까...
지금의 나도 불과 3년 전에 맞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이 틀리다.
3개월의 수련을 마무리하고 다음 여정에 올라타느라 부랴부랴 마지막 인사를 갔을 때,
선생님께서 선물을 주셨다.
계속 요가 하시기 바래요!
지금도 요가원을 다니고 있지만 새벽에 수많은 별을 보며 상쾌한 숲 공기를 마시며 들어 가던 거제도 요가원이 참 그립다. 에캄 요가원... 에캄의 뜻은 하나라는 뜻이라는데, 아마 음양과 사람과 우주가 하나라는 숭고한 의미가 아닐까? 여리여리한 양손으로 온몸을 들어버리던 선생님, 아마 이분 덕분에 나와 내 가족의 인생에서 요가는 항상 함께 할 것 같다. 좋은 인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