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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Jul 02. 2023

다낭 한강에서 불꽃놀이 보기

가난한 연애 시절을 보냈던 우리 부부에게는 몇 가지 로망이 있었다. 


1. 5성급 호텔 가보기 
2. 호텔 뷔페 가보기 
3. 호텔 수영장에서 알코올 마시기
4. 1년에 한번 해외여행 가기 
5. 불꽃놀이할 때 호텔 잡아 보기
6. 한 달 이상 외국 여행해 보기 

이것보다 더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것은 지난 2년 동안 해 봤지만 딱 한 가지 불꽃놀이할 때 그 앞에 있는 호텔 잡아 보기는 해본 적이 없다. 

불꽃놀이에 대한 추억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애를 막 시작했을 무렵 한강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고 싶어 여의 나루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불꽃놀이의 로망을 가지고 지하철역 주변에 있는 저렴한 치킨집에서 치킨을 한 마리 포장하고 맥주를 사서 불꽃놀이 지점에 6시부터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한 시간 정도는 좋았다. 하지만 신나서 마신 맥주 덕분에 줄이 몇십 미터나 되는 화장실에 줄 서서 기다려야 했고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서 일교차가 큰 가을이라 날은 추워져서 낮의 포근함은 온대 간 대 없고 초겨울 같은 날씨에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는데 불꽃은 왜 그리 이쁘던지... 시간에 맞춰서 펑펑 터지면서 모양을 만들어내는 불꽃놀이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불꽃놀이가 끝날 때쯤 여의나루역으로 달려가는데.... 인파가 몰릴까 봐 역이 폐쇄되었다. 늦은 밤 시간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여의도역으로 걸어가 사람들의 파도 속에 합류하여 만원 지하철에 겨우 탑승하여 한 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힘들지만 황홀한 불꽃에 매료되어, 내년 불꽃놀이를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나 찾아봤는데, 여의도 가까운 호텔에서 보면 된다는 글들이 있었다. 금액은 그때 돈으로 50만 원... 돈도 못 버는 학생 신분이었다. 


호텔에 가도 별거 없을 거야...


그렇게 신 포도로 치부하면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꼭 가보기로 생각했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아이와 함께 가기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10년 전 50만 원이었으면 지금은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이겠지... 그 금액을 하룻밤을 위해 쓰기에는 아직도 아깝다.  그렇게 불꽃놀이를 추억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다낭 여행에서 불꽃 축제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은데.. 차량을 통제한다고 하니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아이 걸음으로 40분 걸어야 하는데.. 왕복 1시간 20분을 걷게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주위에 호텔을 잡아 볼까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노보텔이 명당이라고 하는데.. 예약할 수가 없어서 다음 명당이라고 하는 멜리아 호텔을 예약할까? 말까? 고민했다. 


한국에서 여름휴가 때는 민박도 15만 원 하는데....
17만 원짜리 호텔 1박은 괜찮지 않아??


자기 합리화를 끝낸 뒤 바로 멜리아 빈펄 리버사이드 호텔을 예약했다. 전화로 River View 를 말했지만 알아들었는지 몰랐는지.... 호텔에 와서 체크인할 때 다시 물어봤더니 우리는 리버뷰이긴 하지만 불꽃놀이가 보이는 방은 2박을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밖에서 보여주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체크인을 하였다. 

그러다 문득 탑층에 다낭 타워라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볼 수 있는지 문의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37층으로 향했다. 친절한 한국인 매니저 아저씨가 오늘의 예약은 다 찼다는 소식과 함께 호텔 숙박객이냐고 물어보고, 불꽃놀이가 1부와 2부가 있는데 모두 1부를 보고 나가니 2부가 시작할 8시 반쯤 올라오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언지해주었다. 

차선책도 찾았으니 마음 편하게 빈컴 플라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하이랜드에서 커피 한잔하고!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근데.... 차량 통제를 안 하네?


차량 통제를 한다는 소식에 지레 겁먹어서 호텔을 잡았는데... 차량 통제를 안 한다.
어쨌든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 불꽃놀이할 때 호텔 잡아 보기"를 했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역시 돈이 좋다.

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든 딱 하나씩만 해준다고 말한다. 
강변에 있는 야시장을 구경하며 딱 하나만 사준다고 했더니 딸아이는 솜사탕을 골랐다. 



 이 더운 날씨에 어떻게 솜사탕이 안 녹을 수 있는지 궁금하고 성분이 걱정되지만... 너만 좋다면..


아들의 픽은 놀이 기구다. 뱅그르르 도는 놀이 기구를 택하여 누나까지 태워 줘도 된다는 허락을 맡고(한 사람에게 2개를 해 줄 때는 다른 사람의 허락 하에 해준다.) 놀이 기구 고고! 


모형에 색칠을 한다는 것을 만류하고 불꽃놀이가 시작될 것 같아서 노보텔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도 많았지만, 문제는 불꽃이 위쪽 끝만 보이고 안 보인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짜증 낸다. 더운데 짜증까지 나서... 일단 후퇴!!
로비에서 조금 쉬다가 37층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1부가 끝나고 2부가 준비 중이었나 보다 손님들이 하나씩 나가고 있었다. 
매니저를 찾아서 물어보니 지금 자리 하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세팅해 달라고 말을 하고 창문으로 뛰어갔다. 드디어 2부 시작! 

처음부터 여길 왔었어야 했다! 남편과 열심히 불꽃놀이를 보는데 아이들은 8시 반, 한국시간으로 10시 반이라 찡찡대기 시작했다. 아이들보다 우리 부부가 불꽃놀이에 심취하여, 피곤하다는 아이들은 호텔 방으로 내려보내주고 불꽃놀이를 끝까지 감상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저녁을 많이 먹은 후라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지 않아 맥주 한잔 정도로 마무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 아빠가 고민을 하고 산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노곤한 아이들은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마음이 뿌듯해진다. 사이좋은 오누이다. 


캐나다에 간다면 언제 또 이렇게 큰 불꽃놀이를 감상할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호텔을 잡고 레스토랑을 잡아서 본 불꽃놀이가 끝났다.  덕분에 좋은 추억 하나가 더 생겼고 버킷리스트는 달성되어 목록에서 지워졌다.  이제 불꽃놀이의 로망은 사라질 것 같다.  왠지 버킷리스트는 한번 하면 로망들이 사라지고 "별거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원했지?"라는 허무함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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