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의견 입니다. 저와 다른 상황에서 살아오신 분 들은 공감하지 못 할 수도 있으니 공감하지 못하시면 저희 아픔과 모자람을 공격하지 마시고 지나가 주세요.
내가 이민을 결정했다고 주위에 말을 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셔??
인터넷에서 보는 글들 속에서 역이민의 이유에서 단골로 나오는 것이 노령 하신 부모님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과 사이가 약간 틀어져있고, 남편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과의 애정이 많지 않다.
부모님과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나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과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 버거움을 느껴 우울증까지 갔는데도 나의 아픔이 아닌 본인의 희생만을 강조했기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네 동생 줄 거니깐, 너는 건들지 마!"
"친구들은 딸이 해외여행을 매년 보내준다는데,,."
"외 손자는 봐주는 거 아니라 했는데,,,"
장을 30만 원 이상 봐온 나에게 "지네 먹을 거 밖에 안 사 왔네.."
일 년에 손가락으로 꼽히는 회식을 간 나에게 "애 엄마가 회식을 다니고 난리네."
동생에게 300만 원이 넘는 유럽 한 달 여행을 선물했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 내가 보낸 게 아니라 동생이 돈을 모아서 갔다고 그러는데, 엄청 싸우고 내가 보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냐는 나에게 "네가 으스대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랬어!"
엄마 아빠가 부부 싸움을 했을 때 항상 듣던 말은 "내가 너 애비없는 자식 안 만들려고 참고 산다."
"네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아빠랑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탄생 비화들...
제왕절개를 하고 다음날부터 재택근무를 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했는데, 육아 휴직을 한다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제 네가 나를 돈을 줘야지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하냐."라는 엄마의 말씀.
일단 내 넋 누리는 여기까지 하고,
결론은 우리 부부는 부모님과 친하지 않다.
어렸을 때는 그런 엄마가 불쌍하고 나 때문에 산다고 죄송해했는데 나이가 들고 또 아이가 생겨보니, 엄마의 행동이 아무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부모와의 애틋함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민을 간다는 말에 우리 아빠는 애들을 왜 사서 고생시키냐면서 지네 편하게 살려고 이민 간다고 노발대발했다. 엄마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이민은 부모님에 대한 걱정 하나 없이 진행되었다. 오히려 지금이 좋다고 하면 나쁜 사람일지 몰라도 지금이 좋고 편하고 마음이 안정된다.
하지만 지인들 중 부모님 때문에 이민을 망설인 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은 제각각 달라서 감히 그들에게 언질 할 수는 없고, "잘 생각해 봐."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지만 이 공간에서 내 생각을 말해 보려고 한다.
나는 인간과 나무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나무가 봄에는 새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여름에는 무성해지며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가 끝나면 나뭇잎도 떨어지고 그렇게 쓸쓸히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사람도 태어났을 때는 푸릇푸릇 새싹과 같고 젊어서는 꽃처럼 아름답게 활짝 피어 벌이나 나비나 혹은 바람이 수정을 해주기를 기다린다. 그 후 청년에는 일을 하며 과실을 만들고 그 과실인 자식이 익어 갈 때쯤 삶을 마감한다. 인생도 나무와 같이 한 사이클 일뿐이다.
노인은 뿌리가 되어 남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젊은 줄기에게 영양을 주고 젊은 줄기는 과일이 열릴 수 있도록 영양을 줘야 하는데, 자꾸 뿌리가 영양을 가지고 가서 젊은 줄기에게 전달을 안 하니, 열매를 맺을 턱이 없다. 더 한 집은 노인을 부양하고 치료하기 위해 자식에게 들어가는 비용 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 혹은 뿌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영양분을 빨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럼 남은 자식은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그 나무는 전체적으로 죽는다.
이런 일들이 나무 하나하나에게는 중요한 일이겠지만 숲에서 보면 나무 하나의 생사는 별거 아니다.
대한민국은 효도를 너무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효도를 강조한다. 효도는 억압과 세뇌에 의해서가 아닌 본인의 감정에서 우러나와야 하는데 그 감정은 전적으로 부모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존중을 해 주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를 사랑한답시고 사랑의 매만 드는 부모, 아이와 대화는 없으면서 아이의 공경만 바라는 부모, 아이가 문제를 틀리면 설명을 해주고 함께 풀어가는 게 아닌 학원을 보냈는데 왜 못하냐면서 신경질을 부리는 부모, 자본주의가 만연하는 곳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지 않고 친구들 물건을 부러워하는 아이에게 호통만 치는 부모, 일에 지쳐서 집안일은 아이가 해 줬으면 하는 부모.. 이런 부모들에게 사랑이 과연 생길까? 하지만 이 부모들 또한 그전 부모들에게 배운 것이 동일하기에 진짜 사랑을 모를 수도 있다. 20대까지 모르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나 30대부터 모르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사랑이 아닌 효도를 강조하는 나라에서는 효도는 의무가 되어 버린다.
부모가 병원에 혼자 가게 만들면 불효자, 부모가 아픈데 2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내지 못하면 불효자 (인간은 죽어가는 동물이다. 아무리 200만 원이 들어도 1~2년 더 살 수는 있어도 20대가 되지는 못한다.) 부모에게 설거지 시키면 불효자, 부모 해외여행 안 보내주면 불효자, 부모 용돈을 안 주면 불효자.
옛날에는 같은 집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고 아이들 보육이나 청소 등을 도와주시면서 같이 살았을 텐데,
이제 부모님께 효도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먼저 주시지는 않는다. 사회에 만연하게 부모가 돈을 다 줘버리면 자식은 부모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서 부모는 죽기 전까지 집이든 돈이든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힘든 것은 자식이고 부모의 재산의 절반은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가 된다.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인데 이는 다음 세대에 반복되고 또 반복될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의학의 발달?? 미디어의 발달?? 교육이 잘 못 됐나?? 내가 못나서? 교통과 통신의 발달?
잘 모르겠다. 하지만 캐나다 이민을 오면 이 힘든 생활을 나의 세대에서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의료가 무료이니, 내가 노년에 아파도 아이들이 나에게 돈을 뺏길 필요가 없고 캐나다는 간병인조차도 없으니 간병인 비도 필요 없다. 아프면 SELF 지 자식들이 힘들어지지 않는다.
연금이 있으니 내가 욕심만 가지지 않으면 노년 부부가 먹고살기에 충분하다.
노후에 집 하나만 있으면 되고 그 또한 나라에서 나와서 저렴하게 살 수도 있으니, 자식들에게 모두 물려줘서 양분이 되게 할 수 있다.
내가 이 모순을 끊지 않으면,
내 자식들이 감당해야 한다.
주위에 정말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부모님은 자식 더 잘 사는 게 좋고 자기는 자식들 보고 싶으면 놀러 오시면 되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면서 나에게 자기 자식도 이민 좀 데리고 가라고 하신다.
아, 진짜 참 부모님은
저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그 슬픔에 잠식되어 있기보다는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이 중요하다.
이민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거나 한국의 부조리를 내 자식에게 물려 주기 싫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눈에 밟히는 것은 부모님...
그럼 내 아이에게 영주권을 물려주고 다시 한국에 오는 방법도 있다.
내 자식이 만약 지금 살고 있는 곳이 힘들다고 이민을 간다고 하면 당신은 당신의 노후를 위해 아이들을 잡아 두겠는가? 더 좋은 세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라고 응원해 줄 것인가? 당신이 생각 한 정답 대로 행동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