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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ug 15. 2023

길에서 모르는 사람,
100명과 인사하기


모르는 사람과 길에서
인사해 본 적 있나요?


영업 사원이라 홍보의 목적이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과 길에서 인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함께 인사하기보다는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캐나다 시골에서는 다르다. 
캐나다에 와서 놀랬던 것 중 하나는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원래 알던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를 한다. 

"Good Morning!" 

"Hello!"
"HI!"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피어싱과 문신이 많은 젊은 아가씨도, 
술에 약간 취한 것 같은 젊은이도,
진흙이 묻은 옷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아저씨도, 
유모차를 밀고 오는 아줌마까지, 
10명이 지나가면 그중 9명은 지나가면서 반갑게 인사를 해 준다. 

남편과 걷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한다. 
나도 함께 손을 흔들어 줬는데, 갑자기 남편이 물어본다. 


누구야?


빵 터져서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지!! 너도 같이 인사했잖아! 내가 캐나다에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니??"
남편도 함께 웃으며, "그러게..."라고 멋쩍게 말한다. 

차 창문이 열려 있을 경우는 안에서까지 길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해준다. 

Unsplash의Vladislav Klapin

아침에 공원을 산책하면 모르는 사람 20명과 인사한다. 

캠핑카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노부부도 인사를 해주고, 
캠핑카 키친에서 요리를 하는 아저씨도 인사를 해주고, 그 가족들도 따라서 인사를 해준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할아버지도, 송아지만 한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아저씨도, 60대 같은데 짧은 반바지에 탱크톱을 입은 할머니도 반갑게 "Good Morning!"이라고 해준다. 

어느 날은 공원을 걸어가는데, 어떤 여자 둘이서 걸어가다가 나에게 "Hi Dear!"이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나를 지나치자마자 Dear 이 머냐면서 둘이 웃으면서 장난친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때, 영어로 "Happy Birthday Dear My Friend~♬"이라는 구절을 한국말로는
"사랑하는 내 친구"라고 하는 것을 보면 Dear은 "내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지나가는 여자에게, "안녕 내 사랑"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구가 놀리는 게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Dear이 심하게 이상한 말이 아닌 게 CO-OP에서 계산하시는 분도 자주 나에게 써주는 단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낯선 이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수줍게 인사하는 게 다였는데, 캐나다에서는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정겹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머뭇 머뭇하다가.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길가는 사람에게 "Hello"를 연발한다.
함께 다니는 베트남 언니, Christina는 처음 본 사람에게 "How are you today?"까지 연발을 하며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인 것처럼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 좋은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인사하는 것이 좋아지고 있다. 

Dollarama에서 4살 정도로 보이는 어떤 아이가 위에 있는 물건을 잡고 싶어서 점프를 하고 있어서 멀리서 물건을 고르는 엄마에게 물어본 뒤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내려줬다.
조금 후에 아이가 쪼르르 오더니 "Thank you for helping me!"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지나갔다.
아까 받았을 때 고맙다고 했는데, 다시 고맙다고 말하러 와서 또박또박 자기가 할 말을 하고 가는 게 너무 귀여웠다. 


캐나다는 낯선 이에게 너그러운 곳.


우리는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남자는 특히 잘 생기지 못한 남자는 예비 성추행 범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우리 아이와 친하게 지내던 아이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놀이터에 나가면 아무도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신다고 했다. 이유는 아이들 엄마들이 싫어할까 봐였다.  

또 아파트에서 같이 몇 번 놀았던 아이들이 있길래, 요구르트를 하나씩 주었는데, 조금 후에 엄마와 손을 잡고 울면서 가는 모습에, 그 엄마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한테 받은 요구르트를 마셨다고 혼냈다고 했다.  아이들이 나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나 보다. 괜히 미안했다.   


캐나다에서 놀이터나 공원에서 만난 사람과 스몰토크를 시작하면, 자신의 나라와 자기 가족 구성과 얼마나 캐나다에 살았는지를 5분 만에 알 수 있다. 물어보지 않아도 술술 알려준다. 외국에서는 개인적인 일을 물어보면 실례라고 교육받았는데, 처음 본 사람이 본인의 시급까지 알려주고 우리 남편에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냐고도 물어본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 베트남,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캐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모두 Hello를 해서 너무 좋다는 것이다. 한국 뿐만이 아닌 모든 동양은 비슷한가 보다.

Unsplash의Walter Brunner

인사말고 좋은 점 또 하나는 우리가 신호등이 없는 찻길 근처에만 가면 모든 차들이 정지하여 우리가 길을 건널 때까지 기다려준다. 찻길에서 5미터 떨어져 있는데도, 그냥 갈 법도 한데, 우리를 기다려주고 손까지 흔들며 인사해 준다.  


이는 캐나다 모든 곳이 똑같지는 않다고 들었다. 밴쿠버,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는 캐나다인 보다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지, 삶이 바빠서 그런지 인사하고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SK 주에서 살다가 캘거리로 이동 한 사람이, 왜 캘거리 사람들은 친절하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처음 정착이 캐나다 시골이라 따듯한 인사와 기다림, 그리고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남편 지인의 말로는 2천 명 있는 곳에 있는 마을에서 SINP 중인데, 교회를 가니 할머니들이 집에 초대해서 밥도 해주신다고 했다. 그렇다고 젊은이에게 본인을 위해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문 고침, 전구 갈기, 페인트칠하기 같은 일을 시키지 않는다.)  

만약 캐나다 시골에 살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할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오늘도 낯선 이에게 인사하는 기분을 통해 내 인생은 풍족해진다.
다들 하고 싶지만 수줍어서 못하는 인사를 먼저 해 보면 어떨까??

Unsplash의Drew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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