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여자.

사랑받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불쌍한 여자

by 똘맘

약 8년 동안 지독한 술고래이자 흡연자였던 때가 있다.

시작은 대학교 OT 였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착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던 때라 친구도 모임도 약속도 거의 없었다.

물론 외박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나에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외박+모임은 너무 설레었다.


부모님 두 분 다 술을 마시지 않아, 첫 외박 + 술자리에 어떻게 마셔야 될지도 모르는 날.

나는 소주를 8병 마셨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셨다. 쓰러져서 2시간 자고 일어나서 또 마셨다.

새내기 여학생이 소주 8병을 마셨다는 소식은 과 전체에 퍼졌고, 나는 그날 술 잘 마시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부터 칭찬에 인색한 생활에 익숙해져서 인지, 문제는 이 '잘'마시는 이라는 뜻에 칭찬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게 있구나!!'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술을 잘 마신다고 칭찬을 받는 게 좋았다.


담배도 바로 그날, 조금 더 쿨해 보이고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에 "너 담배 피니?"라고 물어보는 어느 멋져 보이는 여선배를 따라가서 펴봤다. 띵하고 어지러운 기분? 술기운 탓인지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게 그날, 나는 술과 담배를 잘하는 신입생이 되어버렸다.

입학 후에도 술과 담배 잘하는 신입생 타이틀이 나쁘지 않았다.

선배들이 술 마시러 갈 때나 담배를 피우러 갈 때 항상 같이 가자고 챙겼고 술을 잘 마신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주의의 반응은 "8병이나 마시다니 대단해!!" "나도 술 잘 마시고 싶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 마셔?"라는 웃긴 칭찬뿐이었다. 나는 스스로 대견해하며 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못 마시겠으면 토를 하고 다시 마시기까지 했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내 몸을 망쳤다.

Photo by Alessio Zaccaria on Unsplash

항상 술자리에 친구들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공부와는 멀어지고 학점은 겨우 학고를 면하는 상태를 유지했다.

낮에도 술, 밤에도 술, 누가 술 마시 자고 나오라고 하면 내 몸상태가 안 좋아도 꾸역꾸역 나가서 몇 병이든 마시고 돌아왔다. 그렇게 1년에 10킬로 가까이 살이 불어 났지만 술자리를 포기하지 못해 밥을 끊고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 가지 않으면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렇게 내 자존감과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더 멀어져 갔다.


만나는 사람들은 다 나와 같았다. 술 좋아하고 공부에 관심 없고 내일보다 오늘을 즐기며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만 내 주위에 있었다. 내일 시험이 있어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 토익을 보기 전에 술을 마시고 보면 LC가 잘 나온다고 토익 시험 전에 모여서 술을 한 병씩 마시고 가는 사람들, 저녁에 술을 마시고 아침에 모여서 해장술을 마시는 사람들, 쉬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멍청하지만 그때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내 집단 이외에는 보지 못했다.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드는 사람들,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사람들,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력서를 준비하기 위해 봉사활동이나 특별활동을 하는 사람들, 독서를 하는 사람들... 이런 멋진 사람들을 재미없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고 플랜B 집단 속에서 살아갔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몸은 몸대로 상하고 제일 중요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살았다.

부모님은 술을 먹는 나를 혼내기만 했었다. 더욱더 부모님과의 사이는 멀어졌고 방학 때도 기숙사에 살고 집에 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존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안 건 34살이다...


너무도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었지만 무엇이 진짜 사랑이고 관심인지 모르던 나는, 나를 희생하는 것을 택했고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명한 사람들은 나를 상대 안 했을 테고, 나 같은 사람들만 주위에 있었기에 아무도 이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 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감을 찾기보단 자존감을 버려야 되는 삶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게 전부였다.


Photo by Ferdinand studio on Unsplash



keyword
이전 13화첫째 딸은 살림밑천? 미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