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은 살림밑천? 미친 생각이다.

가족이 싫은 이유

by 똘맘

우울증이 왔었을 때, 심리학 책을 보며 내 우울증의 근원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중 소설책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 앞부분에서 약간의 근원을 찾은 것 같았다.

아, 내가 가족 속에서 받고 있던 취급이 정상적인 것이 아녔구나.....


심각하게 맞거나 욕을 들으며 학대를 받지는 않았다.

사랑을 받기보다는 하녀로 길러졌을 뿐이다.

아빠가 자영업을 하셨기에 엄마는 가게를 도와주셨고 집에 남는 건 나와 남동생 둘이었다.

3살 차이 나는 남매지만 나는 항상 엄마처럼 동생을 돌봐야 했다.


내가 가진 것은 양보를 해야 했고 동생 밥상을 차려주고 간식을 챙겨주고 공부까지 봐주어야 했고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 일도 해놔야 했다.

만약 설거지를 안 해 놓거나 집안을 치우지 않거나 동생에게 양보를 해주지 않으면 불효령이 떨어졌다.

동생이 다쳐도 누나가 뭐하면서 동생을 안 봤느냐는 질책이 있었고 모든 것이 내 책임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왜 동생에게 주지 않았는지,

밥을 다 먹고 난 후 왜 설거지를 해 놓지 않았는지,

동생 숙제나 문제집 푸는 것을 왜 신경 쓰지 않았는지,


내가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심지어 동생 나이가 30살이 되었는데도,

엄마는 나에게만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었다.


엄마가 우슷게소리로, 내가 어릴 때 무엇인가 먹고 싶으면 동생이 먹고 싶어 한다고 말했었다고 참 영악했었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동생 말을 더 잘 들어주는 것을 깨닫고 내가 먹고 싶다고 못하고 동생이 먹고 싶다고 돌려 말할 수밖에 없던 내가 참 불쌍하다.


또한 부모님은 항상 우리 둘을 비교했다.

"너네 누나는 받아쓰기 엄청 잘했는데~"

"동생은 수학을 잘하고 만들기를 잘하는데~"

"누나는 반에서~"

"동생은 몇 등이 올랐는데~"

잘해도 칭찬을 받기는커녕 서로 비교당했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서로를 미워하는 씨앗을 심어 주었다.

더 잘하라는 의미로 경쟁심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질투는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주는 씨앗이었다.

동생이 잘되면 화가 나고, 동생과 비교당하면 부모님 뿐만 아닌 동생에게 미운 감정을 느꼈다.


거기다 첫딸은 살림밑천이라며 모든 집안일을 나에게 시키고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동생에게 설거지라도 시키면 엄마는 어린 동생을 시킨다며 화를 내었다. 그 후 30살에는 일하고 와서 힘든 동생을 시킨다며 화를 내었다.

나는 애 둘에 워킹맘인데......


여자들은 참 웃긴다.

본인이 남자와 여자의 경계를 만들어 놓고 시녀 생활을 자처해서 하면서 자기 밑에 여자가 생기기만 하면 본인 대신 시녀로 만들어 놓고 자기는 여왕대접을 받으려고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도 그렇지만 우리 집은 엄마와 딸 사이도 그랬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할 때도 엄마는 나에게 입사 선물을 요구하였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에게 안마의자를 10개월 할부로 사드렸다. 매달 30만 원씩 용돈을 바라실 때도 집에서 출퇴근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드렸고 주말에 맛있는 외식도 부모님이 나를 키워준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말에 혼자 외출하고 들어오면 한 손에는 꼭 부모님을 위한 간식을 들고 갔었다. 엄마가 모임이나 등산에 필요한 옷과 신발, 용품들이 없다고 하실 때 함께 쇼핑하며 사드렸다. 그렇게 할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하지만 남동생이 일을 하기 시작한 후, 엄마는 남동생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내가 한 달에 30만 원은 생활비로 받아야 하지 않냐고 하니 돈이 없으니 빨리 돈을 모으라고만 하셨다.

웃긴 것은 나는 월 200을 벌면서 시작했고 남동생은 월 300만 원을 벌면서 시작했다.

월 200만 원을 버는 사람에게는 이것저것 요구를 하시고 월 300만 원 버는 사람은 돈이 없다며 아끼라고 하셨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웃기지만 이것을 깨달은 것이 작년, 34살 때 일이다.

그전까지는 이상하고 부당한 생활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어린아이들의 세계는 가족과 선생님, 친구가 전부다.

조그마한 세계, 인생의 출발 점에서 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고 존중해야 하는지 먼저 배워야 하는데,

자존감을 버리고 남에게 희생을 하라며 가르치고 나를 죽이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가정이 나말고 또 있지 않을까?


한국인의 고정관념인 "첫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자존감을 키우지 못한 채 성인으로 성장 한 뒤 나의 자식에게도 똑같은 것을 대물림하거나 이에 질려서 결혼을 기피하고 있지는 않나?


남자도 마찬가지다. 장남은 "집안의 기둥"이라는 말로 모든 욕구를 억누르며 자신을 희생하고 있지는 않나?


당연한 말이지만, 부자 되기는 자존감이 세워진 후 가능하다.

만약 자존감이 없으면 행복하지도 않고 부자가 될 수 없다. 어린 시절에 슬픔의 늪에서 울고 있지 말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 "아, 내가 늪에 빠져있구나."라고 스스로 느껴보는 것이 행복한 부자 되는 첫걸음이다.

함께 더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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