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l 을 만난 것은 New Comer Party 에서 였다.
우리와 같은 이민자들을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시장도 오고 성당 신부님도 왔다. 저번달부터 일요일에 성당을 다니고 있어서 신부님이 반가워하면서 아는 척해주었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무교지만 일요일 아침에 영어 공부를 하자는 취지와 함께 지역 주민들과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참여를 했지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한 시간 동안 멍하게 있다가 와서 이걸 계속 가야 하는지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사람들과의 안면을 쌓아가 나보다.
BBQ 파티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성당에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셨고 나를 성당에서 봤다면서 온 지는 얼마나 됐는지, 남편은 어디서 일을 하는지 살뜰히 물어봐 주셨다.
우리만 덩그러니 앉아있는 자리에, 한 아저씨가 동석을 했고 본인의 이름은 폴이라고 했다.
"난 미국에서 1998년에 이민 왔어!"
"응? 미국이 더 좋지 않아? "
"미국은 의료비도 비싸고, 총도 난무해서 별로야. 밤에 나가지도 못하고 위험해서 캐나다로 왔어,"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니, 자신이 온 이유에 대해 다시 말해줬다.
"I'm a disable permanent residence. "
아까부터 기침을 하며 무엇인가 불편해 보였는데, 장애로 인한 영주권자라니,
역시 캐나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살아갈 만한 나라인가 보다.
미국 이민에 대해서는 잘은 알지 못하지만, 총기 사용 때문에 위험하고, 아이들을 학교 보내려면 공립이 아닌 사립을 보내야 한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혹시나 총기를 소지할까 봐 매일 X레이 검사대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 미국의 학교생활이고 치안도 문제고 마약도 문제가 많은 곳이라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당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알아보지도 않았다.
호주는 한국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나라다. 특히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호주 영주권을 따고 싶어 한다. 날씨도 좋고 복지도 좋고 시급도 시간당 22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주권을 받기가 쉽지 않다.
20~30년 전에는 호주도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서 영주권을 쉽게 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호주 이민은 영어를 잘해도 (아이엘츠 6.0은 영주권 지원이 가능할 뿐 점수가 없다.), 일을 오래 해도(일을 오래 해서 나이가 들면 나이 점수가 깎인다.) 영주권이 쉽지 않다.
남편이 같이 일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인의 경우에는 호주에서 요리 대학을 나와서 경력이 쌓였는데도,
영어가 늘지 않아서 영주권을 못 받고 있다가 캐나다에 와서 영주권 진행 중이다.
아이엘츠 점수가 4.5라는데, 한국에 있을 때 아이에게 영어를 시키기 위해 말레이시아 이민도 생각했었는데, 캐나다를 선택하기 잘 했다. 실상은 다른가 보다. 영어도 남편보다 조금 더 잘할 뿐이다.
아이도 호주에서 낳았는데, 미국과는 다르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왜 사람들이 호주에
영주권을 위해서 일하러 갈까?
영주권을 따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놈의 희망이 현실의 눈을 가린다.
Skilled-Independent(독립 기술이 민)으로 호주 영주권 커트라인이 65점 이상이면 된다고 하니...
쉽게 넘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그렇게 쉽지는 않다.
남편이 IELTS 6.0 이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나이 25점
경력 15점
학위 10점
배우자 영어 점수만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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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점수 55점
영주권을 받기 위해 우리는 10점이 부족하다.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이 있을 경우 조금 더 쉬워지겠지만 시드니에 살고 있는 남편 이모에게 우리 영주권 점수를 위해 외곽지역으로 이사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이 호주이민을 알아본다고 했을 때, 주위에 호주에서 영주권을 진행하다가 다시 온 사람들이 꽤 있어서 '호주 영주권 안나오던데...'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는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정말 나오기 어려운 것이 실감 난다.
32살, 호주 경력 8년, 미혼, 대학 졸업, IELTS 6.0 면 영주권 가능!!
만 32세 이하의 싱글이면 영주권 도전이 가능하겠지만, 33살이 되면 10점이 마이너스 되기에 영주권 획득할 수 있는 확률에서 더 멀어진다. 그래서 캐나다에는 호주에서 온 30대 초반이 꽤 보인다.
아이를 위해 이민을 준비 중이라면, 캐나다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아이가 캐나다 시민권이 생기면 언제든 일하는 비자를 받아서 넘어갈 수 있다.
옛날에 미국 닭 공장에서 일을 하면 미국 영주권을 준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끝이 났다고 한다.
무료 교육, 사교육 비용 걱정 없는 곳, 무료 의료, 복지가 좋은 곳,
이제 이민할 수 있는 영어권 나라는 캐나다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도 워킹 홀리데이 인원을 늘린다고 하니, 영주권을 주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우리 식당에서 일했던 직원도 호주 영주권을 위해서 호주에 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본인은 영주권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데... 잘 되었으면 한다.
유학, 이민 상담해 주는 업체에서 희망이 아닌 현실을 보게 해줬으면 좋겠다.
호주 이민, 미국 이민, 캐나다 이민... 난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