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덕분에 시끌벅적한 주말,
밖에서 영어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모님 소리도 나고, 또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하지만, 귀찮기 싫어서 나가보지 않는다.
조금 후 아이들이 문밖에서 뛰어노는데, 처음 보는 동양인 남자가 인사를 한다.
"Hello, I'm Sam nice to meet you!"
서글서글하게 생겼는데, 영어 발음도 좋다.
물어보니 중국인이고 여기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너도 요리사야?"
"아니, 나는 요리 못해."
'오프 세일에 인원이 다 찼을 텐데... 어떤 일자리가 부족해서 왔지? 사장님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을 하고 잘 지내자고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우리가 영주권을 받기 위해 SINP로 일하는 호텔은 다국적 동양인을 받는다.
국적이 다르니 나라마다 비자가 나오는 속도도 다르고, 때로는 워킹비자가 거절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인 사장님은 인원을 넉넉히 데리고 있는 편이다. 남편과 함께 요리하는 에드먼드는 말레이시아 사람인데 호주에 몇 년 동안 살던 사람으로 캐나다 비자가 나오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두 번 거절당해서 2년 만에 올 수 있었는데, 또 부인은 홍콩 사람이라 내년에 입국할 것 같은데, 정확한 날짜는 미지수다.
지나가다가 사모님을 만나서 Sam을 봤다고 어느 파트에서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한숨을 쉬시면서
인원이 다 찼는데.... 자꾸 오겠다고 해서 왔어요.
어쩔 수 없이 청소라도 시켜야죠.
사장님은 일할 자리가 없으면 파트라도 시켜서 돈은 적지만, 영주권이라도 받아 갈 수 있도록 해준다.
SK 주에 온 외국인은 대부분 거액의 돈을(약 1억) 내고 영주권을 위해 왔기에 다행히 살기 빠듯한 사람은 많지 않다. 집값 저렴하고 갈 곳도 없고 물건을 살 곳도 없어서 아껴서 쓴다면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버티기에는 좋은 곳이다. 아마 Sam도 매일 식당에서 맥주를 몇 잔씩 사 먹는 것을 보면 돈 걱정은 없는 사람 같으니 잘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베트남 아줌마 탄비가 아이들 데리러 왔다는 핑계 겸 내 방에 와서 슬쩍 이야기를 꺼낸다.
아침에 Sam한테 청소를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Sam이 청소를 안 하고 빠에 앉아서 술을 달라고 하더라고,
가족들 때문에 슬픈가 봐....
나에게 Sam이 슬픈 것을 이야기할 사람도 아니고, 내 방에 들어와서 앉아서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건 Sam이 일을 안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 같았다.
"사장님한테 말해야지~! 일하려고 왔는데 무슨 술이야! "
그 말에 탄비는 신이 나서 Sam이 며칠 동안 일도 안 하고 본인이 일을 시키면 "No" 만하고 자기 말을 무시한다며 안되는 영어와 함께 파파고까지 돌려가면서 열변을 토하다 갔다.
며칠 후에 아침 산책길에 사모님을 만나서 Sam에 대해 물어봤더니, 사모님도 깊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Sam이 마리화나를 피운다네요.
그리고 Sin No. 나올 때까지 본인은 일을 안 하겠대요.
캐나다는 마리화나가 합법이다. 그래서 캐나다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출근을 안 하는 덕분에 동양인들을 고용하려는 사장이 많다고 들었다.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이 나쁘다는 고정관념은 없는데, 적어도 본인의 사장에게는 대마초를 피운다고 대놓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는데, 아마 너무 솔직한 사람이던지 사회생활을 덜 해본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Sin No.는 5분 만에 나오는 것인데, 그것을 못 받아서 일을 못하겠다니, 영주권을 일찍 받으려면 일을 먼저 시작해야 할 텐데,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었다.
SIN NO.는 5분 만에 나오잖아요.
"인터넷으로 신청했다고 몇 주 걸린데요. " 참 답이 없다.
중국도 MZ 세대가 있나 보다, 가족관계는 이혼을 했다고 한다.
맥주 박스 이동을 요청하니, 마약을 해서 그런지 여자도 가볍게 드는 맥주 한 박스를 힘겹게 들었다고 한다.
워킹비자를 받기에 준비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건성건성 일 처리를 하는 것을 보니,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본인 사연이 뭐든지 간에, SINP로 온 이곳은 피난처도 아니고 유치원도 아니고 일자리다.
사모님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보내야죠.
본인이 이민 업체에 1억을 내고 왔든 수속 기간이 2년이 걸렸든 개인적인 스토리에 현지 사장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말 잘 듣고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Sam은 그렇게 호텔에 온 지 3주 만에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Sam은 본인 잘못이 없는데, 악덕 사장을 만났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본인이 잘 못했다고 생각하고 이곳을 떠났을까?
한국에 있을 때, 캐나다 사장들 중 악덕 업주가 있어서 고용을 취소하고 영주권 지원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말을 봤을 때, 정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취소에는 항상 이유가 따르고 나도 이해할 만한 취소가 많다.
사람들은 각각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다르고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범위가 다르다.
이 다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는 달라지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아마, 당신이 한국에서 다른 사람과 지내는데 무난했고 회사 생활도 무난히 1년 이상을 다녔다면 캐나다에서 악덕 사장을 만날 일은 없다. 아무 걱정 하지 말아라.
하지만 본인이 사람들과 트러블이 잦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한 회사를 3개월 이상 다니기 어려웠다면 캐나다에서 악덕 사장을 만나는 것은 100% 확률 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나는 멀쩡한데, 악덕 사장을 만났다면, 걱정하지 말고 이주공사, 이민 회사에 이야기해라.
아무리 Closed Working permit이라고 해도 2년이다. 2년 동안은 가까운 SK 지역 안에서 이동하여 영주권 진행 가능하다. 겁먹지 말아라. 캐나다가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는 않는다. 이주 공사가 다른 곳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만약 악덕 사장을 2번 만났다면? 그것은 내 잘 못이 아닌가 뒤돌아 봐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술을 좋아하는지, 게임을 좋아하는지, 마리화나를 피우는지 이 모든 것은 자랑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담배 피우는 요리사도 안 뽑을 정도였다. 식당에서 손님 음식을 만드는데 담배 피운 손으로 요리하는 것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럼 나도 악덕 사장이었겠지?
내 개인적인 사항을 오픈하지 말고, 일하는 시간에 늦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해라. 그럼 1년 후에는 영주권이 나온다. Time flies f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