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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29. 2023

캐나다시골에서 간단하게 김치 만들기!

순댓국, 육개장, 청국장, 곱창전골...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캐나다에서 먹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캐나다에 오면서 걱정이 된 음식은 단 하나 김치였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안 먹으면 허전한 김치를 어떻게 캐나다에서 수월하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근데 역시 캐나다 시골에서 김치 먹기는 힘들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김치를 팔지 않고, 1시간 걸려 리자이나에 가야지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중국 마트에서 산 김치는 맛이 없었다. 결국 코스트코에서 사 먹어야 하는데, 코스트코가 가깝다면 회원 가입하고 쇼핑하러 갈 텐데 너무 멀다. 
 또 코스트코는 대용량을 팔기에 장을 보면 냉장고에 쟁여놔야 하는데,
우리 집 냉장고는 문이 하나라 $100치 장만 봐와도 가득 찬다. 


김치를 사기 위해서
굳이 1시간 거리를 가야 하나?
만들어볼까?


난 김장에 트라우마가 있다. 
김장철이 되면 시골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태양초 고추에 묻은 먼지를 며칠 동안 제거해야 했고,
마늘 또한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무너지는 고통을 느끼며 하루 종일 까야 했다.
부모님이 전라도 사람이라 젓갈을 많이 쓰는데, 이것저것 젓갈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성된 김치는 맛이 없었다. 어릴 때는 김치가 너무 맛이 없어서 단무지를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식당에서 먹는 김치는 맛있는데, 집에서 한 김치는 별로라, 결혼을 하고서는 김치를 사 먹었다.
김장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그때 힘들었던 생각만 나고 한국은 김장 때 가족끼리 모여서 노동을 하는 것 같고 그 상하관계의 시간이 싫어서 김장을 하러 친정이나 시댁도 가지 않았다. 
왜 3만 원이면 한 달 먹을 김치를 넉넉히 살 수 있는데, 김장을 직접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렇게 한국처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캐나다에서는 돈으로 해결 못하는 것들이 많다.


김치 한번 담가볼까??


신기하게도 캐나다 시골 슈퍼에서 배추와 무, 파는 판다.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 액젓은 리자이나에서 한 번에 왕창 사 와서 쌓아 놓으면 유통기한 걱정도 없으니 문제없다. '실패하면 버리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김치 담그기를 처음 시도한 것이 성공하여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캐나다에서 간단히 김치를 담그는지 소개해 보려 한다. 

준비물
메인: 배추, 굵은소금, 
양념 : 무, 양파, 파, 마늘. 생강, 새우젓, 멸치 액젓, 고춧가루
풀 : 쌀가루 혹은 쌀 

먼저, 김치에는 배추!! 배추를 잘라서 굵은소금을 넣고 놓는다. 
소금의 양은 대충 한 통에 두 주먹? 

8시간쯤 경과하면 많았던 배추가 숨이 죽어서 절반이 된다. 

배추 절이기 시작할 때, 쌀을 믹서기에 갈아 물어 넣고 갈아서 풀을 만든다. 대충 만들어서 무게 감각이 없지만, 물 넉넉히 하고 수프 만드는 것처럼 만들면 된다. 쌀을 갈기 귀찮으면 밥을 갈아도 된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이 풀을 꼭 식혀야 한다.

처음에 김치 담았을 때, 김치 색깔도 별로고 김치에서 플라스틱 맛이 나서 당황했다.  버릴까 할 정도였는데, 아까워서 익혀 보니 플라스틱 맛이 사라지긴 했는데,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풀이 따듯할 때  김치를 담근 것이다. 그래서 고춧가루도 익고 다른 재료들도 조금씩 익어서 플라스틱 맛이 난 것 같다.
김치 풋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풀을 충분히 식혀서 담근 후로 김치 색도 이쁘고 맛도 좋다. 그래서 풀은 배추를 절일 때 함께 작업한다.   

배추가 절여졌으면, 배추를 물에 두어 번 씻어서 채반에 넣어 물기를 빼고, 양념 만들기 시작!
마늘 까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알마늘을 한통 사서 곰팡이가 생기기 전에 냉동을 해버린다. 
골치 아프게 살면 힘들다.


양파 한 개, 마늘 열댓 개, 생강 한 개, 파 4 뿌리, 새우젓 두 스푼, 멸치 액젓 3분의 1 정도 넣고 믹서기에 갈아버린다.  

다음은 풀을 넣고 양념 간 것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고 쉐끼쉐끼!! 
아들이 나타나서 엄마를 무척 도와주고 싶다고 해서 국자를 뺏겼다. 

 항상 김치 할 때는 사장님도 맛보시라고 조금씩 드린다. 남은 양념은 냉동실로!! 
다음번에는 배추만 절여서 섞으면 된다. 
근데, 배추를 담다 보니 무를 깜박했다. 무가 들어가야지 김치가 시원하고 양이 많아지고 아이들은 이 무를 좋아한다, 무 사러 홀세일로 갔다. 


DALKON이라고 쓰여있는 무를 사면 된다. 캐나다에서 사는 무는 단무지를 만드는 무처럼 살짝 길다.

저번에 조금만 쓰려고 작은 거 사 왔더니 무가 별로라 이번엔 큰 거로 샀다. 

 무를 넣고 파까지 넣어서 완성!!

한국에서 김장할 때는 먼가 어려운 일 같고 고돼서 거부감이 일어났었는데, 대충 하니 정말 쉽고 간단하다. 저 정도 만들면 한 달 동안 김치 걱정은 없다! 

나 김치 사업해볼까?


자신감 뿜뿜이다.  시도해 봐라, 가격이 현저하게 저렴해지지는 않지만 코스트코에서 파는 김치보다 훨씬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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