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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Oct 17. 2023

이민을 시작했으면 마음 편히 기다리세요.

캐나다 이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본인 상황의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많다. 


며칠 전에 LMIA를 진행하시는데 5개월 동안 JAL 이 안 나와서 이민을 포기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신다는 분의 댓글을 보았다.  이민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물론 생각지도 못하게 일찍 가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지금은 코로나가 끝나서 그런지 캐나다 이민자 수가 엄청 증가하는 것 같다. 문제는 캐나다 이민청 시스템은 개개인이 급한 것에 대해 아무 감정도 없으며 불쌍하게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1년에 몇 명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업무처리를 할 뿐이다. 

우리 또한 1년 6개월을 기다리며 지인에게 포기하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버텼다.
결국 시간은 지나고 많은 일이 스쳐 지나가고 결국은 프로세싱이 끝나서 SINP를 시작하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캐나다 땅에서 남편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를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중간에 포기 했었으면
이런 아침은 없었겠지?
이민 오길 참 잘했다.

남편과 아침 산책을 하며 항상 하는 말 같다. 아이들이 매일 놀이터에서 뛰어논다는 말을 듣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크고 있는 것 같아서 잘했고  학원비도 안 들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기에 또 잘했다. 우리 부부도 한국 사회에 만연하는 그릇된 부자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진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어 또한 잘 됐다. 무료 의료와 연금은 보너스다. 

이민을 기다리는 기간에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주위에 말은 다 해 놨고 생활 정리도 다 해놨는데, 기다림에 애가 타는 분께는 필리핀 어학연수를 추천한다. 
 
우리처럼 한국에서 갈 집이 없다면? 
한국에 꾸역꾸역 있으려면 경험 상 한 달에 150만 원 정도의 사글세를 내고 살아야 하는데, 필리핀에는 한 달 밥과 방이 4인 가족 200만 원이면 해결된다. 여기에 200만 원 추가 비용이면 4인 가족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생활비는 50~100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한 달에 500만 원 이하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지낼 수 있었는데, 걱정만 하느라 한국에서 생활비만 쓰고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 아깝다. 

그것도 아니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감자탕 집, 중국집, 라멘집, 쌀국수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을 해보고 왔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조바심이다.


한국에서는 빨리빨리 되지 않으면 실패인 것 마냥 올가미처럼 목을 조르는데, 마음의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 조바심을 내면 될 일도 안된다. 

오늘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우리가 오기 바로 전에 사장님 밑에서 일한 사람 때문이다. 
30대의 솔로인 남자는, 영주권이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영주권 카드를 받을 주소까지 확인을 한 후 영주권 카트를 받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말을 한 뒤 한국으로 갔다. 
혼자 오면 함께 밥 먹을 사람도 없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외국 삶의 낙이 없다. 
 어떤 일이 2년 동안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는 하루빨리 사장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으로 갔다. 
 
문제는 영주권 카드가 3개월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민청에서 출국 사실을 알아서 보내주지 않는 것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 영주권 카드를 한국으로 붙여 달라고 부탁받은 사람이 혹시 영주권 카드를 받았는지 사장님께 문의하러 왔는데, 사장님은 아직도 안 받았냐고 다시 물어봤다. 

사장님께 영주권 카드를 받을 때까지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달라고 했었으면 주었을 텐데.... 
성급한 마음이 모든 일을 꼬이게 만든 것 같아서 안타깝다.  

Unsplash의 Elijah Hiett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은 시간에게 맞기고
지금 시간을 알차게 보내세요.


이민을 준비하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 될 것이다. 


우리도 지금 남들은 2개월 만에 나왔다는 파일 넘버가 3개월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걱정을 하고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지 않는다.
사람마다 이민의 속도가 다를 뿐이니, 주사위가 굴려졌다면 걱정하지 말고 지금 시간을 즐기길 바란다.
마음이 급해서 당신 옆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지 못하고 앞으로만 가지 않았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Unsplash의 Todd Trap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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