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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Oct 20. 2023

캐나다 초등학생은 핸드폰이 없다.


엄마, 우리 반에서 나만 핸드폰이 없어.



한국에서 쩡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핸드폰을 사달라고 하며 반 아이들은 모두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하는데, 본인만 핸드폰이 없다면서 사고 싶다고 했었다.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중학생이 넘어서 핸드폰 보급이 시작되었었는데, 요새는 대게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핸드폰을 사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반 아이에게 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어서 연락이 오면 바꿔주고 했었는데, 2학년이 되니 엄마 핸드폰은 안된다며 친구들이 저장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속상해했다. 


우리 곧 캐나다 가서 안돼,
캐나다 가면 사줄게.


아이에게는 핑계를 댔지만, 내 실제 마음은 핸드폰은 아이들에게 독과 같다고 생각한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것이 아닌 삼삼오오 모여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무서운 이야기를 유튜브로 봤다면서 잘 타던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잘 가던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핸드폰의 해악을 실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17년, 영국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아이들이 14세가 될 때까지 핸드폰을 사주지 않았다는 말은 유명한 일화다.
나도 핸드폰이 있음으로써, 독서, 놀이, 대화, 청소, 관찰 등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일과 멀어짐으로써 또한 폭력적인 것과 선정적인 것에 노출될 확률이 커져 아이에게 독으로 작용할 것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사주는 것을 최대한 늦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한국에서는 모두가 핸드폰이 있으니 쉽지 않았다. 그래도 초등학교 2학년까지 핸드폰 없이 지내기를 성공한 후 캐나다로 넘어왔다. 

하루는 쩡이가 핸드폰이라며 학교에서 종이로 만든 핸드폰을 가져와서 그동안 잊고 있던 질문을 했다.

혹시 반에 핸드폰 있는 애가 있니?


"선생님 빼고는 없지."
캐나다에 와서는 핸드폰을 사달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핸드폰이 없기에 본인도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이었다. 
Grade 3인데도 핸드폰이 있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캐나다는 대부분 아이들이 School Bus를 타고 등하교를 하니, 핸드폰이 필요가 없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핸드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사주는 사람도 있겠고 아시아인들이 많은 대도시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시골 초등학교에는 핸드폰이 있는 아이가 없다.  
Secondary를 가게 되면 하나둘씩 핸드폰이 생긴다고는 하던데, 아직도 4년이나 남아서 다행이다. 

사람은 참 사회적인 동물 같다. 옆에 사람들이 다 하고 있으면 나도 하고 싶고, 옆에 사람들이 하지 않고 있으면 관심도 없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를 하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사교육을 최대한 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딸이 옆에서 친구가 학원을 간다고 본인도 보내달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이 핸드폰이 생기니 아이가 본인도 사달라고 조르고, 친구가 무엇을 자랑하면 그것을 사달라고 또 조르고... 내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해달라고 하는데, 해 주자니 뻔히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이에게 폭탄을 주는 격이고 주지 않으려니 본의 아니게 '나쁜 엄마'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라 난감할 때가 많았는데. 캐나다에서는 모두 다 없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나쁜 것이 들어오지 않으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가 되길 바라는가?


 사람은 본인이 본 것을 카피하는 능력밖에 없다고 한다. 카피한 것을 응용하고 사는 것이 삶이다.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어떤 것을 보고 자라게 도와줘야 할까? 
어떤 게 옳은 것이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명문대, 대기업, 커피, 술, 큰집과 외제차가 어느 순간 시간 낭비가 돼버렸고,
옛날에는 그르다고 생각했던 실패 경험, 아르바이트, 분수에 맞는 집과 차 그리고 조금만 먹기가 옳다고 생각 된다. 
180도 달라지기보다는 입체적으로 달라졌다. 
내 아아의 관점에서는 나의 행동이 다른 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 그래서 내 아이에게도 나의 관점만을 따라오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갈 길을 잃었다고 할 수도 있고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한대로 많아졌다고 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핸드폰은 편리하긴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과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늦게 사주고 싶다. 나의 경우에도 되도록 핸드폰을 멀리하고 싶은데, 쉽지만은 않다. 

캐나다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뛰어놀면서 큰다.  

Unsplash의 Robert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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