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가다가 아이들 둘을 데리고 엄마 혼자 캐나다에 오겠다는 분들이 있다.
남편은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고 엄마는 혼자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영주권을 저렴하게 딸 수 있는 취업비자로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캐나다에서 만 12세 미만인 아이들은 항상 성인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 와보니 시골이어서 그런지 만 8살 정도 되면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홀로 집 앞 놀이터에 나와서 놀기도 하고, 생각보다 아이들 집에 혼자 놔두고 다니는 것에 대해 제재가 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문제는 취직이다.
어떤 분이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하셔서 내가 진행했던 곳에 문의를 했더니,
본인은 그런 분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서 오는 곳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곳이 아니다.
점심시간도 없어서 집에서 냄새나지 않는 음식으로 밥을 조금 싸와서 손님이 없는 시간에 간단히 먹어야 하는 곳일 수도 있다. 점심시간도 없고 점심도 주지 않는다. 주말에 쉬지 못하고 주중에 쉴 수도 있다.
일 하는 곳이 밤 9시~ 새벽 5시까지 일 하는 편의점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아침 7시부터 일을 하게 되는 곳으로 간다면, 아침에 아이들은 어떻게 학교를 가겠는가?
학교 스쿨버스를 탈 때까지는 부모가 인계를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목격한 다른 누군가가 엄마가 일을 하기에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신고하면 아동 학대로 경찰서에 가야 할 수도 있다.
시간적으로 보면 식당이 가장 좋은 일 하는 곳 이긴 하다.
우리 남편의 스케줄을 말해 보자면,
월~수 오전 11시부터 2시 출근, 오후 5시~8시까지 출근, 하루 6시간 근무
목~토 오전 11시부터 2시 출근, 오후 5시~9시까지 출근, 하루 7시간 근무
일주일에 총 40시간을 일하고 있다. 다행히 일요일은 식당이 쉬기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전에 일하려고 했던 식당은 월요일이 쉬는 날이었다. 즉, 가족과의 시간이 없다.
우린 1년 동안 남편과 함께하는 가족 주말을 포기 하고 지원을 했던 것이다.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아이들이 저녁시간과 주말에 방치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내가 엄마니깐
사장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사장과 직원의 차이는 극명하다. 사장은 일할 사람이 필요 한 것이지 내가 이해를 해야 할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식당을 운영할 때, 서빙을 하는 아이가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눈길에 본인이 타고 있던 택시를 뒤차가 박았다고 하면서 병원에 들렸다 온다며 늦게 출근했다. 거기까지는 이해를 했다. 그런데 나에게 며칠 입원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라고 입원을 한단 말인가. 입원을 해도 좋으니 나는 오늘부터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내가 나쁜 것인가? 그럴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일이란 그런 것이다.
만약 캐나다에서 엄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고열로 시달린다면?
아픈 아이를 혼자 놔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는가?
영주권 스폰을 해주는 한인 사장님들을 대부분 대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즉, 내가 일을 빠지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좋은 사장을 만난다면 한번은 봐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일 년에 딱 하루만 아픈가?
월차? 연차? 우리는 몸으로 때우는 노동자일 뿐이다. 대우받을 수 없는 입장이다.
아이가 어린 엄마가 혼자 오려고 한다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하시면, 참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상적으로만 계산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잘못하면 아이들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고, 캐나다 사장도 힘들고,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가장 이상적인 취업이민은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다. 엄마 혹은 아빠가 영주권을 위해 일을 하고 남은 한 사람은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영주권이 나온 후에는 아이가 아파서 나오지 않는 것을 이해 하주는 곳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 직업 잡기 또한 외국인 노동자로써 하나의 산이 될 것임을 알기에 사실 조금 두렵다.
그럼 개인적인 사정으로 엄마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민을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추천하는 것은 조급해 하지 말고 적어도 첫아이가 만 13세가 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다.
부모가 이민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는 아이들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위해 이민을 간다고 하면서 아이를 방치해 놓는다면 그것은 맞는 것일까?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인가?
한국 이주공사에서 이런 케이스를 상담해 주었다고 하는데, 아마 담당자는 남자였을 테고 주 양육자가 아니거나 본인이 이민 1세대가 아닐 것이다.
이민이 생각했던 것처럼 핑크빛만은 아니다.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오는 이민은 더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장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시킬 일꾼을 필요로 한다.
그러기에 한국에서 몇 개월이 걸려서 오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영주권 스폰해 주는 것이지,
한국인이 좋아서 스폰해 줄 일이 만무하다.
영주권을 지원해 주니 주말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일을 해야지,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고 바꿔 달라고 요청하면 한국으로 되돌아가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이주공사 비용은? 날리는 거다.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보고 내가 캐나다에 가서 어떤 생활을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만약 유학 후 이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워킹비자로 일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어서 조금 낫겠지만 그동안 들어가는 돈이 문제고 결국 영주권은 일을 한 후에 딸 수 있다.
당신과 당신 가족이 행복한 이민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