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사람을 사귀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어른인 나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운데, 가치관이 형성되는 어린아이 시기에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는 더욱 중요하다.
오늘은 함께 지내는 베트남 아이들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 베트남 사람의 자녀인 Christina 와 Tommy 가 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친구들이 없었고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기에 그 아이들과 곧잘 놀곤 했다.
문제는 함께 Summer Camp를 다니면서 Tommy의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본인 마음대로 안되면 화를 내고 금방이라도 공격을 할 것처럼 굴었다. 어른인 내가 있는데도 본인의 화를 참지 못했다. 화난 이유는 쩡이가 본인 누나 옆에 먼저 앉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쩡이는 본인이 먼저 앉았는데, 비키라고 하니 비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Tommy와 같이 앉던 쭌이가 다른 여자친구 옆에 앉아서 Tommy가 앉을 사람이 없어졌기에 그랬던 것이다. 내가 픽업하러 올 때까지 눈을 옆으로 흘기며 씩씩대고 있었고 쩡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참고 있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나를 낮추면서 쩡이에게 "자리가 중요했어?"라고 말을 하니, "나도 후회한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을 하고 다음부터 자리에 크게 집착하지 말자며 마무리 지었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멀리하고 싶은 마음의 싹은 시작되었다. 그 후에도 놀이를 하면서 폭력적인 행동과 베트남 말만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을 여러 차례 봐왔고, 그 와중에 사장님이 아이들이 노는 것이 시끄럽다고 하여서 이때구나 하고 집에서 노는 것을 마무리 지었다.
Christina는 우리 집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보며 맨날 본인을 달라고 했었다. 아이들이 신기한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맘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 생각을 하고 몇 번 주었는데, 냉장고까지 뒤져서 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떡볶이 노래를 부르는 게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냥 해주었다.
하지만, 본인의 것은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점심을 같이 먹고 싶다고 캘리포니아롤을 들고 와서 엄마가 우리와 나누어 먹지 말라고 했다고 했었고 우리 아이들이 Christina 집에 놀러 가면 엄마가 만들어 줬다면서 푸딩을 보여만 주고 먹지 못하게 했다고 했었다. 날이 갈수록 별로라고 생각이 되는 행동만 했었고, 거리를 조금 둔 채 지내고 있다.
오늘 아침이었다. 크리스티나가 집에서 나오면서 '갈아만든 배'를 들고나오더니 한국 음식이라고 했다. 그냥 우리에게 잠깐 보여주려고 하는지 알고 알았다고 했다.
1층으로 내려와 그 캔을 따서 마시기 시작하는데, 함께 있는 쩡이가 먹고 싶어 했지만 나누어주지 않았다. 당연히 나누어줄 필요는 없다. 근데,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다.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밀크티를 가져와서 마시고 초코우유도 마시고 집에서 마시고 나와도 될 것을 집을 나오자마자 가방을 열더니 우리 아이들에게 보란 듯이 마신다.
Why you want to show off the drinks??
왜 음료수를 자랑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당황하더니 횡설수설을 한다.
집에서 먹고 오면 되지 않냐는 내 질문에, 엄마가 학교에서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분명히 엄마의 마음은 간식 시간에 먹기를 바라고 집에서 마시지 말라고 한 것 같다.
"근데 왜 자랑을 하고 싶어?"라고 다시 물어보니, 옆 주머니에 넣으면 아이들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가방 안에 넣으면 되잖아."라는 말에 자기가 잘못했다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할 수도 있다고 말을 하면서 또 횡설수설한다. 곧 버스가 왔고, 크리스티나는 한 모금 마신 '갈아만든 배'를 손에 들고 버스에 탔다.
며칠 전에는 본인 신발을 $145를 주고 샀다고 자랑을 하고 자기 친구네가 부자라고 자랑을 하고 참 신기한 자랑을 한다.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생각이 돼서 그동안 넘어갔었는데 오늘은 궁금하기도 했고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쩡이에게 자랑을 하는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자랑에 흔들리지 않도록 아이를 만들어야 된다고 말을 했다. 남편을 어이없게 쳐다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넌 그게 되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이 가진 물건을 부러워하게 되어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빨리 또 더 깊게 작용한다. 그 덕분에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 자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자랑할 것이 없는 내가 위축되었었고, 한때는 외제차까지 뽑을 뻔했었고, 집 안에 필요 없는 푹신한 소파도 한가득 사 놓은 적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부러우면 다른 집으로 가던지!!" 우리 부모가 항상 하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강해지기는커녕 기댈 곳도 없이 약해질 뿐이었다. 그러면서 부모는 다른 자식들의 점수나 다른 자식들이 부모에게 해주는 것을 우리에게 비교를 하며 엄친아, 엄친딸을 소개해 주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에게 기죽지 말라고 아침에 맛있는 음료를 들려서 똑같이 자랑을 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다. 버스기사님께는 음료를 들고 버스를 탄다는 게 큰 실례가 되는 일이고, 아이는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흘릴까 봐 조심히 들고 있어야 하고, 영하 10도인 밖에서 음료를 들고 다니는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 참 자랑을 하려고 해도 이 힘든 것을 이겨내는 사람만 할 수 있다. 부모로서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감정이다.
아이가 있는 집을 방문하면, 그 집 아이는 본인이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끄집어 내와서 보여준다. 이는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기보다는 소중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다.
우리 아이들도 중국 마트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 왔을 때, Christina와 Tommy에게 보여주고 나누어 먹었는데, 문제는 이 아이들은 보여만 주고 안 준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로부터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거구나.
하루 종일 고민을 하다가 결론이 난 것은 그냥 더 멀리 지내자는 것이다. 가까이해서 좋지 않은 사람과는 가까이 지낼 필요가 없다. 이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 성인이 하는 것과 같이 부자로 보이고 싶어서 가난해질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부러운 마음에 대해 다른 측면으로 생각을 하게 도움을 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교를 하는 길에, 호텔 건물의 문을 열자마자 Tommy가 가방에 있는 아이 패드를 꺼내서 게임을 시작했다. 와이파이가 호텔 안에서만 작용을 할 텐데, 그 잠깐 사이에 우리 애들에게 게임을 보여주려고 학교에 아이패드를 챙겨 간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참 이 남매 대단하구나 생각이 된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자랑을 넘어서 Mental illness이다.
왜 자꾸 다른 사람에게 나의 것을 자랑을 하기 위해서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건 나이키도 모르는 캐나디안 앞에서 루이비통 가방을 든 필리핀 아가씨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애들이 대체 왜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에 대해 압박을 받는 것인가?
Tommy가 본인의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꾸 쭌이 가까이에 갔는데, 쭌이는 나에게 본인이 스노맨을 만들었다면서 스노우맨을 보러 학교에 다시 가자고만 반복해서 말을 했다. Tommy가 게임하는 것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하교하는 애들을 다시 데리고 학교로 갔다.
학교에 도착한 후 본인이 만든 눈사람에 당근으로 만든 코가 빠져 있다며 아쉬워하던 쭌이는 선생님이 남겨놓은 당근을 발견하고 다시 코를 만들고 좋아했다. 어떻게 보니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것을 보여주고 싶은 Tommy와 Christina 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보여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인지 우월감을 느끼는 것 인지가 작지만 큰 차이 같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보여주며
우월감을 느끼려고 한다면 그 관계는 정리하세요.
이 또한 자본주의가 가져온 정신질환이지만 누군가가 당신에게 자랑하며 우월감을 느끼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아픈 사람이다. 아픈 사람은 그 옆에 있는 사람도 자신의 질병으로 인해 전염 시키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멀리하라고 하고 싶다.
캐나다에 온 아시아 사람들은 아픈 곳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중국, 말레이시아인, 베트남인 중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는 각 나라의 심한 경쟁에 아이를 힘겹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전의 세뇌되어 있던 생각과 행동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인 교회를 가지 말아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경쟁이 싫어서 왔는데, 이곳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기에 피하라는 것 같다. 한국 생활을 되돌아보면 나도 정신병이 걸린 사람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나쁘거나 찜찜하다면, 그 관계는 벗어나야 하는 것이 맞다. 만약 당신 옆에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신이 아픈 사람이니 피해 보거나 감염되지 않게 그냥 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닐까?
외국에서도 문화가 다르다고 생각하여 모두 이해를 하고 친절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