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는 주의로 살고 있는 나에게,
이번에는 캐나다 친구가 생겼다. 처음에 우리를 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고 한국 전쟁 때 부산에서 일본까지 물자를 날랐다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시던 분이었다. 아침에 남편과 산책을 할 때 오고 가며, 인사를 하고 스몰토크를 간단히 하던 Bob이라는 할아버지와의 일화를 말해보려고 한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만난 사람은 Judy라는 할머니와 Bob이라는 할아버지다. 둘은 부부가 아니고 각각 지나가면서 만나던 사이였다.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본인과 점심을 먹자고 이야기를 하셔서 언제일지는 모르는 점심 식사까지 초대해 주신 분이다. 어느 날 아침, 새벽 6시에 동네 산책을 시작하는데 Bob과 Judy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몰랐었는데,,, Bob 할아버지가 Judy에게 우리가 다음 주에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본인이 정보를 주겠다고 했다.
이날 아침 Judy 할머니는 핸드폰을 집에 고이 놓고 산책하는 우리에게, 본인의 연락처와 주소, 우리가 영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적어서 주었었는데, 얼떨결에 Bob 할아버지에게 우리의 전화번호를 주고, 이따가 만나기로 했다.
오전 10시쯤, 쇼핑센터에 나왔다면서 Bob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이따가 집에 가면 전화를 줄 테니, 본인 아파트 앞으로 오라고 했다. 아파트 앞에서 정보 전달을 받은 후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게 할 계획으로 온 가족이 총출동했는데, 우리를 보더니 본인 집으로 올라가자고 하신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Bob 할아버지와 Judy 할머니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시니어 전용인 아파트로 7층에 식당이 있어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여유 있는 분들이다.
Judy는 물리치료사였다고 하는데, 캐나다에서 물리치료사는 대학원까지 나와야지 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고 억대 연봉이다. 아마 은퇴 한 지금도 억대 연금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Bob은 엔지니어 사업체를 운영하였고 82세에 은퇴를 하여, 은퇴한지 10년 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따로 만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영국인인데 홍콩에서 태어났고 7살 때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셨으며, 일본 군인의 포로로 10살까지 지낸 후 영국으로 다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에 어떻게 부모님 없이 지냈냐고 물어보니, God mother의 후원으로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배를 탔고 해군을 하면서 그곳에서 기계를 고치는 것도 배우고 캐나다로 건너와서 오일 회사에서 기계를 고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2명의 부인이 있었고, 3명의 자식은 첫 부인에게서, 또 다른 2명의 자식은 두 번째 부인에게서 얻었는데, 4번째 딸이 교통사고로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혼자 산다는 그의 집은 굉장히 깔끔하고 넓고 멋있었다. 본인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가족사진을 보며 가족들을 소개해 주었다. 자신이 탔던 배들의 사진도 보여주며 소개해 주었다.
92세인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 식사 준비, 청소, 운전 등 모든 것을 다 하신다고 했다. 처음 그분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랄 정도로 정정하시다. 하루 10KM 이상 걷기 운동을 하신다면서 새벽 5시에 나가 8시에 들어오신 후, 저녁 선선해질 때 또다시 나가신다고 한다. 걷기가 건강의 비결일까?
집 소개를 마치고, 소파 탁자 위에 꺼 내놓은 제스퍼, 벤프 소개 지를 우리에게 건넨다.
아니, 우리에게 이것들을 가져다주시려고
쇼핑센터를 가신 거야?
옛날에 가져온 팜플랫이나 오래된 책을 주실지 알았는데, 새 책자들을 건네주시는 것을 보며, 너무 큰 감동이 몰려왔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귀찮은 일까지 해주는 것을 보며, 이런 애정을 받아 본 적 없는 우리는 어리둥절했지만 너무나 값진 것을 받은 것처럼 감동이 밀려왔다.
정보 책자를 주시고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사주시고 싶다며, 아래층 식당에 내려가서 주스와 케이크를 사주셨다.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고, 1층에 내려가서 건물 소개도 해주셨다.
Bob 할아버지가 아파트 헬스장에 기부하셨다는 노 젓는 머신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시면서, 다음에 언제든지 와서 놀라고 하셨다.
작년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 혼자 베트남 여행을 온 젊은이들을 본 적이 있다. 호텔 수영장 앞에 앉아서 물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 보기만 하는 외로운 그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이 아닌 여행을 함께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이분들은 인생의 큰 비밀을 미리 아시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본인의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다. 원래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고 있는데 나도 이런 점들을 본받아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고 항상 감사하며 내 인생을 풍족하게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