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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Nov 21. 2024

캐나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나는 마사지를 참 좋아했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받지 못했지만, 옛날 티몬, 쿠팡 같은 반값에 나온 마사지들을 없는 돈을 모아서 다니기도 했고, 돈이 조금 생긴 후에는 정액제를 끊어 놓고, 마사지를 받으며 내 몸을 고치고 싶어 했다. 

Unsplash의alan caishan

사무직으로 나쁜 자세로 오래 일을 해서였는지, 엄마가 항상 키가 작다고 머라고 해서, 키가 크게 보이기 위해 통굽을 신고 다녀서 인지, 에너지가 적은 사람인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다녀서인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그렇게 안 좋은 것은 아닌데 마사지를 좋아했다. 


스스로 하는 셀프 마사지도 좋아해서 어떤 날에는 압을 너무 세게 해서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마사지 한 적도 있다. 손아귀 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쎄고, 혈자리도 잘 찾는 것 같고, 마사지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즐겼다. 요가, 마사지, 명상 이런 것들에 항상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이것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공부를 조금 했기에, 마사지를 직업으로 갖는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에 마사지하는 법, 혈자리 같은 책들을 더듬더듬 책을 읽기는 했었다. 

그러다 캐나다에 올 계획이 생기니, 무엇이든 배워보자고 해서 한국에서 배웠던 것 중 하나가 마사지다. 
그 외에는 미용도 배우고 사주팔자 보는 법도 배웠다. 마사지를 약식으로 배우면서, 또 마사지를 받으면서 재미있었다. 특히 나를 마사지 해주는 선생님의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가 부러웠다. 마사지라는 직업이 일이 아닌, 남을 치료해서 돕는 일이라며, 하나도 안 피곤하다고 하는 그 분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나는 에너지가 적은 사람인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Unsplash의kimia kazemi

어쩌다가 캐나다에서 정식으로 2년 과정의 마사지 대학(RMT)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도, 솔직히 내가 할 수 있는지 의심이 갔었다. 학교에 갔을 때, 한 반에 18명이 있는데, 그 중 외국인은 4명 밖에 없어서 조금 놀랬다. 모두 다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를 하려니, 이해도 못하고,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은 내가 감수해야 하는 패널티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마디도 못 하며 무시 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속상하기도 하고 학교 가기 싫다. 왕따를 당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조별로 묶어 놓아서 토론을 해야 하는 경우, 나에게는 눈길도 안주고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끝내면,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실습이 시작되면, 나에게 눈길도 안주던 학생의 몸을 정성껏 마사지 하기 시작한다. 
30분 마사지 실습인데, 그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고, 그 학생의 몸에서 불편한 곳을 찾아서 천천히 진심을 담아서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학생의 몸과 대화를 나누며 마사지 한다. 


다른 사람의 몸과 대화를 나눈다...


지구력이 없는 내가, 한 시간 마사지를 해줘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충전 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요새 블로그를 다시 쓰면서 나의 꿈, 나의 부,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찾은 것 같다.  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는지에 대해 내 영어 실력을 늘려야 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Unsplash의Deniz Altindas

1학년도 벌써 3분의 1정도 지나간다. 역시 무엇이든 시작하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다. 


내일은 아침부터 다른 곳에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No pay, No gain!"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어떤 기술을 쓰는지도 배우며, 즐겨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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