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문제였다...
학교를 다니며, 내가 할 일을 하며 평범한 날들은 보내고 있는데, 어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멜랑꼴리 했다.
학교에서 캐나다 아이들끼리 웃고 떠들며,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보면 은근히 위축이 된다. 나는 외국인이니 어쩔 수 없겠지... 생각을 하는데, 왜 나이만 먹고 마음은 이토록 어린지 모르겠다.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 건가? 질투가 나? 인싸가 되고 싶어? 다른 사람들이 말하던 비주류에 속했기에 기분이 나쁜 거야?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던 나댐질을 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한국이라면 달랐을 거 같아?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하니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겠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끼리 정답게 인사하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얼굴을 돌리는 것이 마음의 돌덩이처럼 내려앉는다.
내가 멀 잘못 했나??
지난주에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본 게 잘못한 건가?
내 눈을 피하는 같은 반 캐나다 아가씨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휩싸인다.
내 착각인가 싶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는데, 그렇게 살갑게 미소를 짓던 아가씨가 나에게는 차갑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이 겪었던 이민자의 설움인가 싶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런저런 말을 했다. 남편은 "우린 외국인 노동자야!"라는 말을 해줬다.
맞다... 외국인 노동자인 것은 아는데, 그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생각을 해보니 아이들 또한 걱정이 된다. 집에서 쩡이가 친구들과 춤연습을 하는데, 본인은 맨 뒤에 세워 놓고 뭘 하라고 이야기를 안 해준단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끼리만 하는 춤연습인데... 외국인이라 그런 취급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친구를 신경 쓰다가 놓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또한 내가 겪고 있는 아픔 속에 밀어 넣은 것 같아 미안하다.
바보 같은 피해자의식에 갇히지 않기로 했지만, 또 갇혀버리고 만다.
한국에서도 똑같잖아.
친한 애들끼리만 이야기하고 인사도 쌩까는 사람도 있고, 생각하지 마.
남편의 멘탈은 나보다 강하다. 영어 학교에서 매일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서,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에 나 혼자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언니가 있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좋은 말도 많이 듣고, 언니와 함께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왜 굳이 나와 친구 하고 싶지 않은 캐나다 아가씨들에게 눈길을 보내는지,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어제, 도수가 8도인 맥주를 구매해서 두 잔 마시고 잤다. 아침에 숙취가 올라와서 모두를 배웅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난 뒤, 떠오른 생각이 "내가 다른 사람을 조금만 생각했으면 좋겠다."였다.
왜 내 삶을 살기도 바쁜데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눈치를 보는데 익숙한가?
왜 나를 신경 안 쓰는 사람들의 애정을 받고 싶어 하는가?
사랑하는 가족, 함께 공부하는 고마운 언니, 외국인 친구들... 가지고 있는 것이 이토록 많은데, 내가 부족한 것에 집착을 하여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가?
가지고 싶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었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내 무의식에 쌓여서 이러는 걸까?? 왜 남의 생각에 신경을 쓰는 버릇이 있는가?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꺼려진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렵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책을 보는 것이 더 행복하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 미묘한 에너지들 속에서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과 만나서 무엇을 먹으면 계산하는 때의 분위기가 싫어서 내가 내는 때도 많고, 호구짓을 스스로 한다.
잠에서 깬 후, 인터넷에 뜨는 글을 보았다. 어떤 카페에서 나는 솔로다라는 프로그램의 어떤 장면을 캡처한 후 사진을 올렸는데, 그 밑에 안 좋은 댓글들이 어마어마하다. 소름 끼친다. 내 삶이 아닌데, 실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행동들을 평가하고 호불호를 말하고 욕을 한다.
이런 댓글을 보고 자라서 그런 건가?
나에게는 관심이 한 톨도 없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나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생각을 하기에 위축이 되고, 과대해석을 하게 되는 것일까?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내 감정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잠시 나를 안아 준다. 오늘부터는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을 조금 내려놓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