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쭌이는 코피가 잘 나고, 다리 부분에 닭살같이 올라와서 항상 간지러워했다.
한국에 있을 때, 피부과에서 가서 아토피 검사를 받았는데, 아토피는 아닌 것 같다며 보습을 잘 해주라고 했고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문제는 연고를 발라도, 로션과 크림을 발라도, 다리가 간지러워서 긁느라,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함께 자는 나 또한 자다가 깨어나서 크림을 발라주느라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혹시 다른 이상이 있는가 싶어서 알레르기 검사도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
코피 또한 잘 나는 아이였다. 특히 겨울이 되면, 자다가 코피가 나는 일도 다반사고, 이유가 없이 툭하면 코피가 났었다. 병원에서는 원래 코피가 자주 나는 애들이 있다고 하면서 돌려보냈고, 한약을 한 재 먹였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러다 2023년 12월, 하루에도 몇 번씩 코피를 흘리는 날이 계속되었다.
캐나다가 눈에 습기가 없어서 가벼울 정도로 건조한 날씨라 문제가 있는 것인지 걱정이 됐었다.
참 신기한 것은 눈이 많이 오면 눈은 물로 이루어졌으니 습기가 있는 것 아닌가? 한국보다 많은 눈에도 불구하고, 습기가 없다는 것이 멍청한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름에도 한국처럼 끈적하고 숨이 막히는 더워가 아닌, 청량하고 쾌적한 더위라 무엇이 다르긴 다른 것 같다. 겨울 또한 한국처럼 뼈가 시린 겨울이 아닌, 옷만 잘 입으면 영하 15도에서도 추위를 느끼지 않을 수 있으니 무엇이 다르긴 한가보다.
다시 돌아가서, 작년 12월에 무엇이 다른 때와 달랐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겨울이라 건조해서 그런가?
항상 이런 핑계로 무엇을 이해한 것 같이 넘어갔었는데, 유독 심한 코피라 아이가 먹었던 것부터 생각을 해봤다. '초콜릿'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유독 12월에는 다른 달과 다르게 선물들로 초콜릿이 많이 들어와서 초콜릿을 행복하게 많이 먹었었다.
그래서, 초콜릿이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초콜릿을 금지 시켰다.
그 후, 1월 코피가 나지 않았다. 2월 또한 나지 않았다. 3월에 잠시 초콜릿을 허용해 주었더니, 어김없이 코피가 났다. 그래서 원인은 초콜릿이라고 생각해서 이제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가끔씩 먹고 싶어 할 때 주지만, 먹을 때마다 코피가 나서 본인 스스로도 인정을 했다.
초콜릿으로 코피를 해결하고 나니,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아토피 같은 간지러움과 먹을 것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젤리를 먹을 때 간지럼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다음으로는 모든 과자를 끊었다. 학교 도시락에는 과자 대신 과일을 싸주었고, 젤리와 과자를 집에서 없애버렸다. 그리고 매일 밤 자기 전에 오일을 발라 다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 후, 신기하게도 닭살같이 오톨토돌하게 올라와서 항상 긁었던, 쭌이의 피부는 매끈해졌다.
마지막으로는 옷을 바꾸었다. 쭌이는 면 100%의 옷이 아닌 폴리에스테르가 들어간 조금이라도 멋지고 좋은 옷을 사주면, 불편하다면서 안 입는다. 어떤 부모든 자기 자식이 멋진 옷을 사주고 싶을 테지만, 백화점에서 비싸게 산 멋진 옷들을 안 입는다고 하면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렇게 버린 옷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티 하나에 $10씩 하는 것을 사서 입히기로 하고 내 욕심을 놨다. 맛있는 과자와 초콜릿을 사주고 싶고, 좋은 옷을 입히고 싶고, 모든 게 내 욕심이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바꾸고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지역이라는 앨버타주로 이사 왔다. 쭌이는 더 이상 코피가 나지 않고, 몸을 긁으며 괴로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과자를 먹고 싶다고 할 때는, 쿠키를 만들어서 도시락에 싸준다. 그리고 과일을 항상 풍부하게 사 놓아서 아이들이 단것이 먹고 싶을 때는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인터넷에 "코피가 자주 나는 아이"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이비인후과 광고, 한의원 광고들만 도배해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곳은 없다. 웃긴 것은 그런 곳에 방문해서 돈을 써도 아무런 차도도 없고 원인도 모르던데... 만약 쭌이처럼 코피와 닭살 피부의 간지럼으로 잠을 못 이루는 아이가 있다면 한번쯤 초콜릿과 과자 끊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