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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앤킴 Dec 10. 2022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영화 - 달링

< 달링, 앤드류 가필드/클레어 포이 주연, 2017, 영국 >


 감동적인 실화라는 선전은 때론 억지스러울 때도 있었다. 영화 같은 삶, 삶과 같은 영화...

나의 이런 우려가 부끄러워졌다. 내가 이 영화의 상황이라면 난 과연 어땠을까?

 남자 주인공의 첫 등장부터 그 표정과 함께 나 또한 사랑에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에 깊게 빠져들었다. 표정이 매우 풍부한 매력적인 배우다.


 1960년대 영국의 어느 마을, 야구를 하던 로빈은 눈이 부시게 빛나던 다이애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둘은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한다. 그야말로 선남선녀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신혼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테니스를 치던 로빈이 갑자기 쓰러진다. 불행은 생각지도 못하게 인생에 다가오나 보다. 폴리오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로 침투하여 그는 영원히 호흡마저 스스로 할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된다.


 삶의 모든 의지를 놓아버린 로빈은 죽고 싶다고 말한다.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어쩌면 어리고 아름다운 신부가 하는 “I Love You!” 그 말의 무게를 가볍게 들었나 보다.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그녀는 그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실천해나가기 시작했다.

 병원에만 갇혀있던 로빈을 오빠들의 도움으로 집에 데려오고, 옥스퍼드 공학 교수인 친구 테디는 로빈의 불편함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오늘날의 휠체어를 만든다. 덕분에 로빈은 아들 조나단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파티도 즐기고, 여행도 가면서 모두의 도움을 받으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시도를 하나씩 도전한다. 여러 고비도 있었지만, 모두가 로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간절한 마음들 덕에 로빈은 더 이상 마지못해 생명을 연장하는 삶이 아닌 소중한 삶을 살아나간다.

 로빈과 다이애나는 중증 장애인의 고통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중증 장애인들이 시설에만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며, 컨퍼런스에 참가한다.


로빈은 다이애나의 무한한 희생 덕에, 영국에서 인공호흡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 최장수 인물이 된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눌 때 결국은 또 울어버리고 말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서로가 등장하고, 사랑에 빠지던 그 기억들, 뜻하지 않은 삶을 굳건히 버텨내며 살아온 부부의 회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 다이애나 :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은 멋진 삶이었어.

- 로빈 : 처음 생각과는 너무 다른 삶이었지?

- 다이애나 : 아무렴!

- 로빈 : 미투!!

- 조나단 : 사랑해요

- 로빈 : 사랑해


 태어났을 때부터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를 보고 자랐으며, 늘 아빠를 살피고, 마지막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안아주던 아들 조나단을 보면서, 다이애나와 로빈에게 조나단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이들 부부에게 정말 보석 같은 선물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영화의 실존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다이애나는 재혼을 하지 않았고, 세 쌍둥이의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들 조나단이 부모님을 위해 제작한 것이라는 자막에서 가슴이 메였다.

 영화를 본 후, 실존 가족들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니, 다이애나와 조나단은 로빈의 사후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있었다.


 영화에서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독일의 최고 시설의 장면에서는 숨도 못 쉴 정도로 할 말을 잃었다. 무균실에 가까운 통에 누워서 목만 내밀고,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그 의학적 혜택을 받기 위해 통속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 삶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싶기도 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다.

 로빈은 그 옛날,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 모험 덕에 오늘날 장애인을 위한 여러 장비가 발전한 것 같다.


 이 장면에서 우리나라 공부 잘하는 학생들 대다수가 의대에 가려 노력하는 사회적 현상이 조금 안타까웠다. 테디처럼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공학박사도 분명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친구를 위해 기꺼이 달려오고 들어주고 공감하며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 좋은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모두 인생의 멋진 주인공이다.

 로빈의 기적은 의료진뿐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의 헌신과 사랑 덕이었다.


 다이애나의 삶을 보며 내가 저 상황이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해본다. 어떤 말도 그저 생각이기에 가볍게 입 밖에 내놓을 수가 없다.

 

 그가 많이 아프다.

그 사람이 부디부디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이리 매일 생각하면서도 안부조차 묻는 것이 너무나 조심스럽다.

 나로선 그 발끝도 따라갈 수 없는, 그의 곁을 지키는,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그녀 또한 걱정된다. 그러나 이 걱정과 위로, 안부와 어떤 말 조차도 그저 삼키게 된다.


“ Darling!! 달링.. 여보.. ”

 그 역할을 누구보다 굳건히 해 나가고 있는 그녀를 생각하면, 막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나 자신이 초라하고 미안해진다.

 이 영화를 보며 씩씩하게 잘 해내고 있는 그녀가 더욱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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