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사람
나 자신을 이유 있게, 매우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던 시절에 쓴 노래가 한 곡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진 것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잘난 것도, 이룬 것도, 해낼 자신도, 지켜낼 믿음도. 정말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꼈을 때, 그럼에도 그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진심으로 의문이 들었다. 도무지 사랑할 구석이 없는 나를, 사람들은 왜 사랑해주는 것일까.
그리고 그 질문은 최근까지도 자주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있는 감정은, 그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함께 사라진다는 것.
그렇다면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널 사랑해, 가 아니라 이러이러해도 이미 널 사랑해.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질 때면 이제 나는 길가의 들풀을 떠올린다.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 하릴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을 누가 쓸모없다 비웃을 수 있을까. 목적도 의욕도 없이 그저 흔들리고 있을 뿐이라 해도, 그것이 존재의 무의미를 뜻하지는 않는다.
모든 만물은 존재만으로 그 이유를 다한다. 나와 당신 역시 그렇다.
꽃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겨울나무를
그댄 사랑할 수 있나요?
온갖 좋은 수식어를 떼버린 초라한 나를
그댄 사랑할 수 있나요?
예쁘지 않은 나 착하지 않은 나
모든 것을 잃고서 볼품 없어지는
겨울이 오면 나는 숨어버려요
봄의 화려한 모습은 내가 아닌 걸요
나를 꾸며주는 무수히 많은 꽃잎들은
그건 내 것이 아니에요
앙상한 나뭇가지로는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내가 피워낸 거짓이에요
- 나무의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