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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Mar 22. 2022

말을 길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을 길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서로 할 말도 별로 없고, 말을 시작 해도 거의가 단답형으로 끝납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내가 이렇게 물어봅니다. 


“학교에 잘 다녀왔냐?”

“예”

“별일 없었냐?”

“예”

“야~ 임마! 좀 길게 이야기 해라. 예, 예, 이게 뭐냐?”

이렇게 구박을 하자 아들은 나를 힐끗 보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은 약간 나아졌지만 그래도 대화가 짧습니다. 요즘은 단어도 줄여서 말하다 보니 말이 더욱 짧아집니다. 그래서 저도 짧게 이야기 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동현아~ 커한”

“아빠 커한은 뭐에요?”

“커피한잔”


 이러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가족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씁쓸했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서로 말이 없으면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합니다. 물론 아주 친한 사이일 경우에는 별로 지장이 없지만, 서로 친하지 않는 사이일수록 말이 없으면 더욱 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말을 길게 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제 딸의 경우 이야기를 아주 잘합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미주알고주알 쉴새 없이 떠들어댑니다. 친구를 만나고 와서도 어디서 무엇을 먹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기분이 어땠는지까지 물어보지 않아도 귀찮을 정도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 그 친구가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빠라면 어떻게 대답해 주겠느냐고 내 의견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아주 대화를 잘 하는 겁니다. 


 함께 하는 사람을 참 재미있고 즐겁게 해 줍니다. 같이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수다만 떠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말도 들어주고 호응도 끌어내면서 대화를 유도하니 그 시간이 참 재미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 남자들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해도 굵고 짧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없이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말로 인한 실수는 줄었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을 사는 재미는 확실하게 줄어버렸습니다. 또한 남 앞에서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경우나, 말을 해야 하는 경우 남 앞에 나설 자신감까지 바닥으로 나뒹굴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대는 말을 길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인생을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시간을 조절해가며 분위기를 조절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말은 사람들 사이에 생기가 돌게 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말을 길게 하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짧게 끝나버릴 수 있는 답도 길게 만들어 봐야 합니다. 혹시 ‘영화가 어땠어?’ 하고 물어보면, 예전 같으면 ‘응 그저 그래’ 하고 넘어갈 것을 지금은 영화의 스토리를 말하면서 거기서 느낀 감정과 교훈 등을 이야기 해 주면 좋을 것입니다. 


 영화 결론만 딱 말할 것이 아니라 영화관에 가게 된 이유부터 시작해서, 영화관 분위기도 이야기 합니다. 관객들이 몇 명이나 앉아 있고, 광고는 어떻게 나왔으며 팝콘과 커피까지 들고 간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어떤 자세로 봤고 팝콘 맛이 어떠했는지까지도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 줄거리와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당연하고, 음악이나 아름다운 풍경, 배우의 연기력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표현해 봅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평가, 기대, 바람까지 쭉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생각에는 쉽게 될 것 같지만 실제 해 보면 잘 되지 않습니다. 아주 어려운 능력입니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이야! 좋았겠다. 이번 여행은 어땠어?” 하고 물어보면 “음~ 괜찮았어. 가볼 만 해” 이러고 끝나면 안 됩니다. 나에게 말을 할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길게 이야기 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어떻게 무엇을 이야기 하면 됩니다. 여행지를 왜 그곳에 선택했으며 누구랑 가게 되었으며, 거기에 가서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것을 느꼈는지 얼마나 할 말이 많겠습니까? 1박 2일 동안 설명해도 다 설명하지 못할 지경인데 ‘괜찮았어’ 하는 단 한 마디로 끝나버리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말을 잘 하려면 이렇게 말을 길게 하는 연습부터 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 말을 시키더라도 걱정 없이 일어서서 편안하게 말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이건 보통 능력이 아닙니다. 같이 한 번 열심히 연습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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