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Apr 08. 2016

선물(봄나물)

자연 상태의 표고는 식감 좋은 해삼과 같다.


그을린 얼굴을 한 이장님이 밤공부를 위해

집을 나서던 우리 부부를 보시고는 잠시 차

에서 내렸다. 이웃의  부탁으로 농사일을

거들다가 일주일 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병원

에 다녀오시는 길이라 했다. 내일 당신 집에

들러서 표고버섯을 직접 따서 가라 신다.


넉넉한 인심이다. 남편이 표고를 따러 떠날

때 녹차에 담가 비린내를 없앤 고등어와

백설기를 들려 보냈다. 조그만 일에도 예민

해져 서로 시시비비를 따지던 서울의 아파트

생활과는 사뭇 달라진 환경이다.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자란 버섯은 모양이 제

각각이다. 크기는 물론이고 색깔까지 자유롭다.

신선한 버섯이 풍기는 향에 감탄하며 나는

한쪽을 떼어 맛본다.   가득 퍼지는 신선한

표고 향! 내친김에 버섯과 어울리는 나물을 

만들어 비빔밥 재료를 준비해 보려는 의욕이

충만해졌다.  냉장고 속엔 껍질 깐 도라지와

부추 미나리가 있다. 각각의 나물에 어울리는 

양념을 넣어 볶거나 무쳐낸다.



통통한  깨를 넉넉히 갈아 각각의 나물에 듬뿍

뿌렸다. 만든 나물은 서울 집으로  가져갈 '선물'

이다. 한 계절만의 상경이다. 미혼인 두 아이

일하면서 나물거리를 이것저것 사서 만들어

먹기는 참으로 힘들 것이다.



표고는 재배지에서 딴 뒤 조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한 시간 미만이다. 로컬푸드의

이점이 살려진 재료이다 보니 도톰한 식감이 

꼭 싱싱한 해삼 같다. 불고기 양념에다 말린

파슬리 가루를 뿌리니 맛과 향의 어울림이

침샘을 자극한다. 느지막하게 도착한 서울

에서 두 아이의 환대를 받으며 우리는 회포를

풀었다.


[이튿날]


커피를 내려마신 아침! 아. 점은 비빔밥으로 

정했다. '식구'의 원초적인 의미는  함께 밥을

먹는 사이 아니던가? 양푼이를 꺼내 뜨거운

쌀밥을 넣고 준비해 온 나물을 골고루 얹은 뒤

고추장 조금, 참기름을 넉넉히 넣어 비빔밥

시간을 한껏 즐겼다. 아이들은 우리와의 시간

을 위해 평일날 휴가까지 냈으니,

자~ 이제 약속한 벚꽃 구경을 갈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원 쾌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