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상태의 표고는 식감 좋은 해삼과 같다.
그을린 얼굴을 한 이장님이 밤공부를 위해
집을 나서던 우리 부부를 보시고는 잠시 차
에서 내렸다. 이웃의 부탁으로 농사일을
거들다가 일주일 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병원
에 다녀오시는 길이라 했다. 내일 당신 집에
들러서 표고버섯을 직접 따서 가라 신다.
넉넉한 인심이다. 남편이 표고를 따러 떠날
때 녹차에 담가 비린내를 없앤 고등어와
백설기를 들려 보냈다. 조그만 일에도 예민
해져 서로 시시비비를 따지던 서울의 아파트
생활과는 사뭇 달라진 환경이다.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자란 버섯은 모양이 제
각각이다. 크기는 물론이고 색깔까지 자유롭다.
신선한 버섯이 풍기는 향에 감탄하며 나는
한쪽을 떼어 맛본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신선한
표고 향! 내친김에 버섯과 어울리는 나물을
만들어 비빔밥 재료를 준비해 보려는 의욕이
충만해졌다. 냉장고 속엔 껍질 깐 도라지와
부추 미나리가 있다. 각각의 나물에 어울리는
양념을 넣어 볶거나 무쳐낸다.
통통한 깨를 넉넉히 갈아 각각의 나물에 듬뿍
뿌렸다. 만든 나물은 서울 집으로 가져갈 '선물'
이다. 한 계절만의 상경이다. 미혼인 두 아이는
일하면서 나물거리를 이것저것 사서 만들어
먹기는 참으로 힘들 것이다.
표고는 재배지에서 딴 뒤 조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한 시간 미만이다. 로컬푸드의
이점이 살려진 재료이다 보니 도톰한 식감이
꼭 싱싱한 해삼 같다. 불고기 양념에다 말린
파슬리 가루를 뿌리니 맛과 향의 어울림이
침샘을 자극한다. 느지막하게 도착한 서울
에서 두 아이의 환대를 받으며 우리는 회포를
풀었다.
[이튿날]
커피를 내려마신 아침! 아. 점은 비빔밥으로
정했다. '식구'의 원초적인 의미는 함께 밥을
먹는 사이 아니던가? 양푼이를 꺼내 뜨거운
쌀밥을 넣고 준비해 온 나물을 골고루 얹은 뒤
고추장 조금, 참기름을 넉넉히 넣어 비빔밥
시간을 한껏 즐겼다. 아이들은 우리와의 시간
을 위해 평일날 휴가까지 냈으니,
자~ 이제 약속한 벚꽃 구경을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