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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Nov 03. 2016

점심으로 만든  불고기

울금과 홍시로 양념



 지금은 오후 1시 반 "당신의 점심 메뉴는 무엇이었나요?" 나와 남편은  바깥에서 가을걷이를 하느라 춥다. 정원 씨앗들을 5 월부터 채종 하다 보니 적게는 백배 많게는 천배 이상의 씨앗이 모였다. 나머지 꽃들은  줄기에 씨앗이 달린 채로 마을 길에 널어놓았으니, 내년엔 마을 꽃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10월 초에 넓게 터를 잡아 양귀비와 수레국화 씨를 뿌려두었고, 국화와 접시꽃 데이지와 꽃범의 꼬리 등은 다년생이어서 목질이 된 가지들만 제거했다.



 오늘 점심은 뭐로 해 먹지? 돼지고기 목살 넉 장을 꺼내, 홍시 하나와 수확한 울금 두 개를 잘라서 속 깊은 프라이팬에 담았다. 고기의 냄새와 기름기를 여지없이 빨아들일

울금의 황금빛은 음식의 초보인 내게 컬러만으로도 신뢰준다. 단 맛을  위해 설탕이 나 올리고당은 쓰기 싫고 집에 꿀은 아예 없다. 대신 홍시가 된  떫감의  당도가 엄청나 문제없다.




 해동 안된 고기와 냉동 홍시는 약불에서 끓기 시작할 때 냄비 뚜껑으로 푹 한번 눌렀다. 잠시 후 열어보니 이래 가지고 뭐가 될까 싶다. 희끄무레한 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니 당황스럽다. 하지만 간장 후추 술과 더불어 메인 양념인 홍시와 울금이 어우러지며 졸아드니, 맛있는 냄새가 부엌에 가득하다. 참기름을 두르고 접시에 담아 텃밭 토마토까지 곁들이니 소박했던 밥상이 화사하다.




 처음으로 햅쌀밥도 지었다. 농약을 뿌리지 않아 잡초가 무성히 자랐던 논의 수확이다. 혹시 벼농사까지 짓느냐고?-아닙니다.  밖으로 보이던 계단식 논 중에서 작은 논의 벼는 우리가 구매할 것이니, 가능한  농약을 뿌리지 말아 달라고 이웃에게 부탁한 거였다.


 온갖 풀들이 자라나 게으른 농부의  논처럼 보였으나 결국은 대풍을 이뤄 오늘 밥상에 오른 거다. 하지만 밥 사진은 없다. 새로운 요리를 맛보느라 잊었다. 마늘 없이도 울금의 커큐민이 고기의 속에  베어 들어 고소했고, 홍시의 걸쭉함이 소스 역할을  하여 함께 밥을 먹었던  J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저기요! 요리 잘 먹었으면  커피 좀 내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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