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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08. 2016

이웃집 작가

행복할 때 글을 쓰는가? 끝없는 힘겨움에 써 내려가는가?


며칠 전 그녀의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다.  

경사라 마을 곳곳에 그 일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도시에선 상상 불가한 일이다. 그녀를

위해 미리 꽃을 준비해 두었었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오늘 다시 날을 정했다. 남편은 벌써

차를 대문 앞에 세워두고 나를 기다린다. 나는

팔목에 굵은 실을 걸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갖가지 색깔의 백일홍을 잘랐다. 차에 올라

장식이나 감싸는 종이도 없이 굵은 실 두 겹으로

꽃을 묶었다.



조수석에 앉아 거울을 내려 지금 나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를 살펴보니 영락없는 일꾼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더라도 손을 보기엔 이미 다. 

저 멀리 연초공장이 보인다. 흰색 건물 벽체와 

오렌지색의 기다란 지붕 조화가 아름답다

-담뱃잎을 쪄서 말리는 곳이다.


 

J의 핸드폰 카메라로 마치 현장 중계라도 하듯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을 찍었다. 곧 장마가 

다시 시작되겠지만 모처럼  화창한 날씨라 

동네가 예쁜 하늘 아래 평화롭다. 이제 그녀의

집에 다 왔다. 이웃사촌들도 그녀의 책 출간을

기념하여 현수막을 걸어놓았다-꽃다발 뒤로

보인다.



집에서 출발하여 5분도 채 되기 전에 도착한

작가의 집! 반가운 목소리로 집 안으로 들어

오라신다. 축하 화분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생화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기뻐하셨다. 작가는

마룻바닥에 엎드려서 나의 이름을 적었고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그녀는 줄곧 농부였다.

사는 게 하도 척박하여 돌 팔구를 찾다가 학창 시절

이었던 '저는 작가가 될 거예요!'를 기억해내고

십 년 이십 년을 훨씬 더 넘기며 꾸준히 글쓰기를

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처음 그녀의

무기력하고 고단한 삶의 방편이었던 글쓰기가

지금은 그녀를 구원 도구가 되었음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조심스레 값을 두고 나오니

선물로 주고 싶다며 몇 번이고 사양했다.


내가 그녀를 만난 건 작년 이맘때였다. 새로

뽑힌 마을 이장님 부인이셨다. 이 마을로

이사를 오려니 이장님께 볼 일이 많아 몇 번

드나들며 부인이 글 쓰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번은

 박완서 작가님의 유고 산문집 '세상에 예쁜 것'

을 드리니 벌써 읽으셨다고 했다(신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깊은 산골에서.....)

그녀는 내가 이 동네에서 만난 첫 번째 고수였다.

돌아오며 혼잣말을 한다 "당신은 마을의 자랑

이며 이웃으로 살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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