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에서 풍요롭기
차로를 달릴 때 바로 아랫길에서 철로 자전
거를 타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철길 아래
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저 멀리 수심 얕은 곳
에서 플라잉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가까이 가서 몇 마리를 잡았나 보고
싶었다. 높낮이를 달리 한 '삼단 캄보'풍경이다.
1단. 자동차 길
2단. 철로 자전거 길
3단. 영강에서의 낚시
언젠가 저걸 타고 구량리 동네 풍경을 보리라!
마음먹은 지 1년 후 '철로 자전거 타러 가자'에
모자를 쓰고 차에 올랐다. 구량리 역 성문 앞
주차장은 사람과 자동차로 가득 찼다. 오미자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늘어진 조형물 앞에서
사람들이 순서대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를
다녀왔다는 혹은 지금 나 여기! 소식이 저들의
친구들에게 SNS로 실시간으로 전해지겠지?
남녀노소 없이 유행인 이런 현상이 50년 혹은
100년 후엔 어떻게 말해질까?
도로 바로 아랫길이 이리도 조용하고 따뜻한
풍경일 줄이야! 우리 기족이 탄 레일비이크는
탁 트인 곳과 나무 그늘을 지나 계속 다른
풍경 속으로 달린다. 페달 밟는 소리를 제외
하곤 진공 상태인 듯한 고요 속으로 우리
넷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간다. 좌석 조정
장치 작동을 몰라 나는 의자에 반쯤 누워
페달을 저었는데 뒷자리 아이들이 킥킥
거린다. 엄마의 짧은 다리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사도라 던컨은
아니지만 내 목에선 긴 머플러가 휘날리고
있다.
"이곳은 켈리의 유니버셜스튜디오 보다 좋아"
" 맞아" 막내는 철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에게 3D 안경을 씌우고 공룡로봇 몇마리만
풀어 놓으면 대박일 곳이라고 했다. 생각만
으로도 스릴감 넘친다.
"싱가포르의 Sentosa 섬처럼 특색있게
가꿀 수 있다면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오겠지?"
철로와 자연만으로 충분한 것에 괜히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까지 모색하며 뒤죽박죽
수다를 떤다.
초가을! 지금도 좋지만 단풍이 완연해질 11
월에 다시 오면 더 좋을거란 상상도 했다.
다음번엔 다른 구간의 철로를 타기로 했다.
반환점을 돌아서는 아이들이 운전했다.
출근 전 운동을 한다던 아이들은 얼마나
힘차게 페달을 밟던지 몇번이고 풍경을
즐기고 싶으니 속도를 늦추라고 부탁했다.
신약성서의 에피소드 중에서
'예수께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노는'
장면을 좋아한다는 황창연 신부의 영상을
보면서 나 역시 이런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행복인지 공감한다. 아는 관계 정도로는
이런걸 온전히 누릴 수 없다. 서로가 전적
으로 오픈 할 수 있는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번 연휴를 다들 누구와 어떻게
지내셨는지?"하지만 '가족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이란
기타노 다케시의 재치있는 속내도 있긴
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아기 사과나무를 사진
으로 찍던 그 자리에서 며칠 후 큰 아이가
썼던 모자가 흙 속에 뒹구는걸 발견했다.
어릴 때는 주로 학교 가방이 아파트 놀이터
의 모래에 파뭍혀 있거나, 음악학원 차에서
한밤중에 발견되어 전해지던 것에 비하면
괜찮은거다. 정신줄을 놓고 놀다 그런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