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Feb 01. 2017

두 분이 내게 만들어준 따뜻한 시간

메밀묵과 손두부


전화벨 소리는 들었지만 전화를  받진 못했다.  

저녁 무렵에야  정신이 맑아져 두 분 이웃에게

전화 드렸더니 다짜고짜 내일 오전 11시에

°° 다리 부근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그러지 말고 우리 집으로 놀러 오시라고

했지만 두 분은  내일 볼 일이 있으니 잠깐

얼굴만 보자고 하셨다.

"스파이들의 접선도 아니고 무슨 수수께끼

같은 인지?" 나 보다 한참이나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자초지종을 묻기조심스럽다.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맞춰 그분들의 집 방향

으로 가려는데 대문 앞에 트럭 한 대가 서서  

경적을 울려댄다. 두 집을 대신하여 윤혜선

어르신의 노총각 아드님이 뭔가를 우리 집 대문

안으로 옮겨 놓았다. 여름 어느 날 정말이지

꽃소금을 뿌린 듯 피어났던 메밀꽃! 꽃이 진

자리에 달렸던 메밀을 수확하여 묵을 만든

셨나 보다.



보내온 것은 두 분 댁에서 만든 두 종류의 손

두부, 메밀묵, 서리태 그리고 커다란 통의

유기농 오미자였다.

'홈메이드' 선물이 빚어낸 감동은
 영혼까지  따뜻하게 한다.

그분들은 명절을 지내러 도시로 가서 언제 마을

로 돌아올지 모르는 나를 위해 묵과 두부를 

 하느라 무척 애를 쓰신 듯하다. 그 마음을

뜨거운 물에 데쳐내어 바람한 김을 

날려놓았으니 앞으로 며칠은 안심이다.



오늘 저녁 메뉴는 묵밥이다. 친정 엄마가 두고

떠난 그릇을 꺼냈다. 생전에 어머니가 좋아하지

던 묵밥을 만든다. 단맛은 치자 물들인 단무지

 대신했고 새콤한 맛은 만개한 베고니아 꽃을

맛을 냈다. 동김치의 흰 무도 채 썰었다. 

멸치 다시마 국물에 김가루를 비벼 넣고 다진

파와 깨를 갈아 넣은 양념장을 차려낸다.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먹는 것!'이라는 말이

오늘 밥상을 설명한다. 어느 봄날 나의 집을

별안간 방문할 두 이웃을 생각하며......


"코끝 짜릿하게 새콤하고 쫀쫀 쫀득

씹을수록 고소한 맛!

고향이 그리울 때 마음을 달래주는 맛!

그리워하며 정을 나누는 추억의 맛!

당신의 인생은 어떤 맛입니까?"

  -허영만의 식객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할 필요 없이, 다만 아름답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