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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ug 25. 2017

무화과의 계절

 서로를 몰랐던 우리!  팔월의 무화과를 먹고 있었던 시절


 관심 많았던 베이커리 수업을 듣고 난 후 나는 오히 빵을 멀리 하게 되었다. 빵 만들기 재료에서 빠지지 않는 엄청난 양의 버터와 설탕,  과일을 알고는 먹기가 힘들다. 퇴직을 의논  나는 심각한 얼굴로 남편에게 물었다.


  "퇴직하면  식사는 누가 준비 해?"였고, 그는 "으~어 음,  내가 할 거야! 으~ 잘할 수 있어." 의견 일치를 본 우리는 같은 시기에 퇴직했고. 나는 몇 년째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는 삼순이가 되었고, 그는 가끔  나를 삼순 씨! 라 

른다.


 하지만 나에게도 요리 신이 강림할 때면 인터넷에 퍼져있는 레시피는 안중에도 없이 새로시도를  보일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픈 샌드위치 열풍이 한창인 대한민국에선 두들 빵을 나무 도마 위에 차려내는 게 대 유행이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거들 그리고 북유럽 탁의 영향은 산골에 사는 내게도 불어닥쳐,  역시 크기가 다른 나무 도마를 쌓아두고 쓰는 이다.  


 이 모습을 어르신들이 보신다면 "아니! 음식을 그릇에 담아 먹어야지 상스럽게 도마에 얹어두고 뭐하는 짓이냐!"라고 하실 것만 같다. 이해하지 못할 별꼴일 것이다. 



 "오늘 아침은 내가 준비할게!" 나의 말에 남편은 한 끼 식사 준비에서 해방된 자유인의 웃음띤다.  두어 조각만 얄상하게 차려서는 의 위를 만족시킬 수 없다.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화가

가능하며, 건강한 재료취향대로 선택하여 올리기만 하면 되는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G 에게서 선물 받은 치즈(easy cheese)는 헤어 무스 통 같이 생긴 것에서 누르면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뿌릴 수 있어 신기하다. 나는 치즈를 갈지자로 뿌린 빵에 무화과를 얹었다. 샌드위치의 두툼한 맛을 느끼려는 그는 양파 볶음과, 달걀, 오이 피클, 토마토까지 빵 위에 쌓고 있다. 급기야 나의 접시까지 가져다 일곱 조각신나게 먹었다.  



 음료는 샌드위치 장식으로 올렸던 라벤더 꽃 생수에 우려냈다. 잠시만에 물속에 향이 녹아. 꽃을  올려두어야 할 정도다. 생수에 라벤더 향을 한번 더 우려 놓은 거운 펜에 꽃을 말리니 또다시 시작되는 향! 라벤더는 작년에 씨앗을 뿌려둔 것이 자린 거고 겨울나기까지 하여, 올해도 식탁에 필요한 큼의 꽃대를 올려주었다. 


 강원도어떤 댁을 방문했을 때 먹었던 라벤 찹쌀떡이 생각난다. 짙은 보라색과 라벤더 향의 쫄깃한 떡 맛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 댁의 라벤더 농장에 꽃이 한창일 것이다. 

 


 남편과 나는 각자 무화과에 대한 어린 시절 이 있었다. 난 어릴 때 꿀 맛을 보고 깜짝  기억이 있는데 그 후 한 번도 그런 향과  감겨들게 한 뒤, 입 맛을 계속 다시게 하는 꿀을 이상 맛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꿀과 비슷 달콤함은  이사 갔던 집에 심겨 있던 에서 맛보았다, 집 뒷마당에  두 그루 무화과나무가 있었지만 누구도 그 열매를 먹을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어느 날 혼자서 진 무화과 하나를 땄고 하얀 수액에 깜짝 놀라 물러났던 나는  무성한 무화과  그늘 아래에서 날마다 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것을 먹는 것인 줄 알고 익은걸 따서 먹었는지. 


 그러고 보면 산천에 있는 식재료나 귀한 무엇이라 먹고 탈 나거나 사망하는 것은, 주로 아이가 아닌 어른들인걸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편의 무화과 추억은 의외였다.  이웃집 무화과 가지가 담을 너머 자신의 집으로 오면서 자연스 그 가지만큼의 열매는 남편 형제들이 먹었다다. 내 것 네 것 따지며 살벌한 논리를 펴는 시대에선 보기 힘든 인심이다. 그렇게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레 좋은 추억을 갖게 된다. 꿀이 떨지며 손이 찐득해졌다는 전설의 당도. 이걸 어린아이가 혼자 맛봤다면 천국이거나 푸우의 꿀단지였을 것이다.


 각자의 추억을 공유한 우리는 중부내륙의 추운 날씨에는 불가능하다는 무화과 두 그루 심어다. 잘 될 리 없었고 올해는 지금껏 세 개만을 수확했다.  겨울 동안 볏짚으로 감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화분에 심어 두고 잎을 보는 것에 만하며 키우면 멋질 것이다.



 마트에서 사 온 무화과와 집에서의 수확을 합 잼을 만들었다. 금세 물러져 보관이 어렵기 문인데 설탕과 레몬을  넣지 않았다. 무화과으로 충분한 단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어, 가실가실하게 구운 빵에 발라서 새참으로 먹었음 이건-  Heaven!  잼은  용기에 담아 동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해동하나 아이스크림 얹어 먹듯 구운 빵에 올려서 으면 된다.


 무화과 잼에 물을 첨가하여 수프를 끓인 후 심을 넣어 고운 도자기에 차려 낸다면 고음식이 될 것이다. 실현 가능한 상상이다.


 이 글을 쓰면서 얼린 무화과 잼을 썰어보니 양갱 같은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와작 와작 씹어 는 남편에게 당부했다.  살살 녹여 먹어야 과일향이 입에 남을 거라고! 홈메이드의 장점과 개적인 소견이지만 20세기 최고 전자제품인 동고를 이용하면 설탕과 레몬주스 없이도

잼을 이렇게 만들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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