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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19. 2018

엄마새가 돌아오지 못하면 생기게 되는 일

무슨 일이 생겼던걸까?


집 정원 끝단에 세워놓은 포크레인 엔진의

아주 좁은 내부, 4월 어느날 작은 새 한마리가

그 속에서 포르르 날아 나오고 있었다. 앞서

걷던 남편과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서 새가

빠져나온 을 들여다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른 손톱 크기만한 새알 다섯개가 둥지에

놓여져있었다. 기계 내부라 아래의 사진과는

달리 실제 알은 옅은 분홍빛이었다.



언제 저렇게 완벽한 집을 지었을까?

들짐승과 날짐승 심지어 작은 파충류의 피해

조차 입지 않도록 안전한 곳을 택하였고,

엄마새나 아빠새 혹은 둘이서 함께 집을

지어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한것이

인간의 집 마련과는 어떻게 다른지가 새삼

궁금해졌다. 


하루에 두세번 부러 알들의 변화를 살펴보는

즐거움은 가슴 부푼 시간이었다. 엄마새가

알을 품고 있을 때가 많아 숨 죽이며 흘낏

보고 지날 때도 있었고, 가끔은 홀로 남겨진

알들을 내가 들여다 볼 때 그 어미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사람을 한껏 경계하며 눈을

떼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어느날 부터인지 기척없는 새둥지가 되어

버렸다. 더 이상 엄마새가 알을 품고 있지도

않았고, 근처 어디에도 없었다. 며칠을 더

기다려 보았지만 알을 품어줄 엄마새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돌아오지 못했다.


누가 그 알을 깨트려 줄 수도 없고, 부리로

쪼아 제 스스로 알에서 나올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알의 생은 끝났다.

먹이를 구하러 산과 들을 헤매던 어미새가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뭘까?

시간이 흐를수록 새알은 윤기나던 빛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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