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준비됐어....

확 피어올라 눈부신 풍경을 보여줘!

by 이경희

날 선 칼과 이웃이 보내온 모과


며칠 전부터 남편에게 칼을 갈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물려받은 숫돌을 어디에 두

는지 모르는 게 문제였다. 실상 숫돌이 있다한들

잘 갈지는(인터넷의 칼 가는 동영상을 참고 하더

라도) 못할듯하여 미니 칼갈이를 샀다. 효과는

즉각 나타나 순식간에 광을 내며 모든 재료들을

쓱쓱 잘라낸다. 호박 다음은 모과다. 날 선 칼날

에 채 썰어지며 풍겨 나는 모과향은 신선 달콤

맑기까지 하다. 도시생활과는 달리 MK 생활은

일기예보에 맞춰 일거리와 쉴 거리가 따로 있다.



위의 사진은 한정식 집의 35첩상이 아니다. 사흘

째 비가 내려 밖에서 말리던 씨앗들을 썬룸 식탁

위로 옮겨놓은 것이다. 칸나 맥문동 꽈리 해당화

샐비어 달리아...... 오동나무 먼나무 씨앗까지

다양하다. 씨앗들은 참 작기도 하다. 씨앗 중에는

피어나는 것들도 있지만 존재를 알리지 못한 채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것도 많다.


작년에는 가을 내내 받아둔 씨앗들을 냉동 보관

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다시 구매하여 씨앗들의

개별성과 관계없이 봄에 일괄적으로 파종을 한

것도 문제였다. 씨앗을 뿌린 곳은 수십 년간

아니 이 땅이 생긴 이래로 줄곧 야생의 풀들이

자라던 곳이었다. 풀을 뽑아내 말끔해졌다고

생각한 뒤 씨앗을 뿌렸지만 겉으로 보기에 깨끗

했던 땅 속에 그 많은 풀뿌리와 수만의 씨앗들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적자생존의 한 페이지를

나에게 펼쳐 보였던 끝없는 풀의 위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두 번의 시행착오 후 가을

파종 꽃 양귀비와 수레국화는 무성하게 싹으로

자라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시행착오를 하며

겪은 경험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