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현금으로 받는 나라?

돈자루로 운반하는 월급

by 이경희


베트남 모든 종류의 화폐에는 단 1인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월남의 통일을 이끈 존경받는 위대한 지도자 Mr. 호찌민!


해외 경험 사례 중 가장 할 말이 많은 사람은 그곳에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일까? 아니면 짧은 여행을 한 사람일까? 짐작하신 대로다. 짧은 여행을 한 사람이 제일 할 말이 많다. 단기 연수가 아닌 몇 년씩 주재를 하는 경우에는 적응으로 익숙해지는 대신, 여행자와는 다른 진짜 경험들을 하게 된다.


난 여행이 아닌 베트남에서 일을 한 관계로 그 나라의 경제, 노동 현황, 체제, 생활, 문화, 아동과 여성,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일을 시작한 첫 달의 급여날은 나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급여일 보다 2~3일 전에 경리팀에서 은행 서류를 준비하여 서명을 요청했다. 현금으로 돈을 인출 해와야 한다고 했다. 당시 난 뭐든 궁금한 것은 '구글'이나 'KOTRA' 자료집을 보았는데 이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서류를 자세히 읽어보니 모든 종류의 지폐와 동전들이 필요한 수량과 함께 나눠져 있었다.



기사와 경리부서 2인이 한조가 되어 은행으로 가더니 엄청난 부피의 '돈자루' 몇 개씩을 들고 왔다.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 회사 봉투에 직원의 이름과 부서가 인쇄되고, 봉투 안에는 급여 내역서와 월급이 담겼다. 급여 당일에는 각 부서의 팀장과 보조가 와서, 이중으로

급여내역과 돈을 확인한 뒤 돌아가 나누어 주었다. 얼마나 낯설고 복잡하던지!


그날의 또 다른 진풍경은 퇴근하며 본 금은방이다. 사람들이 금은방에 떼로 모여들어 주인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다들 생활비를 제외한 여윳돈으로 금을 조금씩 사서 모은다고 했다. 당시 금은 좋은 투자였고, 많은 여자들이 재산 전체를 몸에 간직하고 다녔다. 24k 팔찌나 목걸이 반지 등을 옷 안에 착용하고 다니는 이유는 빈집털이에 대비하는 거라고 했다.


직원 수가 1000명 정도가 되었을 때 은행과 협의 후, 복잡한 일을 줄이려는 의도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대부분 원하지 않았고, 몇몇은 선물만 받은 뒤 월급이 입금되면 당일 ATM기를 통해 돈을 인출했다. 문제는 국민에게 있지 않고 이전의 정부에 있었는데, 공산당이 은행 예금을 몰수해버린 경우가 있었고, 몇 번의 화폐개혁으로 저축한 돈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려 은행은 국민의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다. 믿을 건 오로지 '달러'''이었고, 그런 이유로 주변 금은방은 달러 환전소 역할까지 하며 불야성을 이루었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외국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들어오면서, 경쟁과 투명도와 함께 신뢰가 급상승되었다. 나에게 아이러니는 베트남 은행만이 아니다. 1000대 세계은행 순위에서 한국은행은 50위 내에 드는 곳이 한 곳도 없다. WEF(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작년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로 아프리카 빈국 말라위(79위)와 우간다 수준이라고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조직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대출심사기준은 한국이 베트남보다 허술하다는 이야기를 한국과 베트남에서 동시에 기업을 운영 중인 미국 본사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다. 한국은 금융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외압과 낙하산 인사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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