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Sep 30. 2015

마음에 새겨진 해바라기 들판

구하는 게 있다면, 상상하고 실현해 볼 것

    

 십 년 이상을 25전 두께의 콘크리트로 덮여 토지였다. 이곳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생각하J와 나는 황무지 무던히도 걸어 다녔다. 그러다 생각이 미친 건 마음속에 남겨진 영화의  장면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 'Dr. 지바고'.-시베리아 벌판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다 순식간에 바뀌면이었다. 전선에서 닥터 지바고와 그의 연인 라라가 이별하던 날 탁자 꽃병에 빛나던 해바라기. 격동 시간 혁명을 거치며 피난 갔던 곳봄이 오자, 폭포에서 쏟아져 흩어지는 물처넓게 피어났던 노란색 수선화 들판었다.



    굉음을 일으키며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가 깨져 트럭에 실려나간 빈자리는 넓었다. 오랫동안 암흑 같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으니

"무언가를 심어서 될까?", "이곳에 생명이 싹을 틔울 수는 있을까?"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우분을 뿌린 뒤 자갈 사이에 삐뚤삐뚤 줄을 그었다.


    반나절 남짓 물에 불렸던 해바라기 씨앗을 천평의 땅에 뿌렸고 쇠스랑으로 흙덮는 듯 마는 듯해두었다. 가뭄이 심해 재난문자만도 여러 번 받았던 여름이었지만 부단히 물을 뿌린 덕에 해바라기는 금빛 꽃들로 화답해 주었다.



    집 앞 도로를 지나가던 차들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폐허에서 해바라기 밭으로 바뀐 이곳에 추었다. 가뭄에 애쓰는 해바라기가 꽃을  잘 피기를  응원하는 이웃들도 있었다. 수많은 꽃만개했을 때는 관심을 보이던 이들에게 너나없이 꽃을 꺾어 한아름씩 안겨주었다.



    위의 해바라기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어느 날 방문하여 찍어 보내온 것이다. 우리 마을 끝자락엔 팔구십을 넘긴 노인들이 사신다. 얼마 전 해바라기 씨앗 기름을 들고 가가호호를 방문더니, 모두들 "그 집에서 왔구나" 라며 대번에 알아보셨다.


    해바라기 꽃로 작은 들판을 만들었고, 그 꽃으 좋은 이웃들을 만나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가여름은 행복했다. 무엇이든 구하는 게 있으면 상상하고 실현해 볼만다. 그런 시도에얻게 된 에너지와 확신의 힘은 또 다른 전진가능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