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자라는 더넓은전원에서의 생활. 그들 개별성에 대한 끝없는 보살핌의 의무에 지쳐가는 내게, 최근 반색할만한 풍경이 선물처럼주어졌다.
겨울정원에서 강하고 아름다운 잎으로 추위를 견뎌낸 매발톱꽃. 4월중순부터오늘까지꽃들이 쉴 새 없이 피어나고 있다. 올해 이꽃이일을 내고 있는 중이다.
5년 전 시작은 1종, 다음 해는 여기저기서 씨앗을 3~4종 더 모아 뿌려 놓았었다. 그랬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모양과 색을 늘여가더니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2020년에는 역설적이게도 50여 종에 가까운 꽃으로 신비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늦가을 장선생 내외의 방문이있었다. 열심히 정원을 가꾸는 우리 부부에게 의논할 일은 바로 나무와 꽃에 관한 것. 대화의 주제는 '마을 길 조경'에 관한 것이었는데 '농촌 경관 프로젝트'를 맡은 모양이었다. 나와 J는 정원을 가꾸며 체험한 5년간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며 마을 세 곳이 나무와 식물들로 꾸며질 상상에 부풀었다. 실행력 좋은 그들이 돌아가 대규모의 나무와 식물을 주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끔 시내로 가는 길에 그 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흐뭇하다.
아래의 매발톱꽃은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에 보면 실크에 고운 자연 염색을 한 것 같다. 카메라로 햇빛 아래에서 촬영하여 세밀히 살펴보면 꽃 전체가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것은 벌과 나비의 방문을 어렵지 않고 자유롭게 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J! 정원에 핀 매발톱꽃 종류별로 하나씩 따 봅시다. 몇 종류인지 정말 궁금해! 물 위에 띄워놓고 보면 알겠지?" 홑잎과 겹잎, 꽃술의 컬러, 꽃잎 모양의 미세한 차이를 보아가며 세어보니 약 40종, 지금 피어날 준비 중인 노란색과 파스텔색을 더하니 48종. "세상의 매발톱꽃이 우리 집에 거의 다 있다는 말일까?"
앞으로 얼마나새로운 종이 더생겨날지 모르겠다. 다년생인 이 꽃은 1~2 년만 지나면 뿌리가 굵어진다. 숙근에서 피는 꽃들은 그 수가 해마다 늘어나며 풍성한 씨앗을 맺고 가을이면 잎에 단풍이 들어 아름답다. 지난주, 그동안 고마웠던 두 사람에게 이 꽃들을 화분에 심어 전했다. 하지만아파트에선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꽃에 관한 인터넷 정보들 중 음지를 좋아한다거나, 꽃이 피는 시기, 그리고 평균적인 키에 관한 정보는 나의 경험과 많이 다르다. 주변 식물과 상호작용을 하며 자라기에 키가 작거나 훌쩍 크기도 하며 햇볕이 좋은 정원에서 가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로 잘 자라는 장점이 있다.
매개체인 나비와 벌, 곤충들의 활동에 따라 달라지는 꽃들의 변화가재미있다. 장미와 목련,매화와 벚꽃 등대부분의 꽃들은 변화 없이 세대를 이어가는데, 그또한 멋진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