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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새참

침묵의 봄이 아니라 다행이다

by 이경희


금 간 뚝배기에 자라던 금전수 물꽂이와 잎꽂이는 2년이 지나자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겨울 시작 때 남겨진 빈 화분에선 작은 구근들이 녹색을 띠며 위로 올라와 흙을 덮어 두었.


"이래서 어떻게 될 것인지?" 다음 단계를 알 수 없었지만 기대를 불러일으킨 새로움이 반가웠다. 실내에서도 절기에 맞춰 새싹들이 올라오며 봄을 불러오고 있다. 세계가 '이불 밖이 위험하다'며 움추러든 시국과는 상관없이 식물의 시계는 새 희망을 몰아온다.



어느 때 보다 화사한 봄이 기다려지는 2020년. 남편과 나는 안과 밖에서 각자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두툼한 작업복을 입고 새로운 곳에 긴 돌담을 쌓고 있다. "올해의 첫 새참은 무엇으로 할까?" 플레인 요구르트 한통이 냉장고에 있다. 이것저것 뒤져보면 괜찮은 조합이 될 것인데, 첫날 새참은 텃밭에서 수확한 찐 꿀마늘, 복분자, 살, 곶감과 로즈메리를 올렸다,



둘째 날 새참엔 곶감을 두르고 과잉 수확으로 저장이 곤란하여 만들어둔 말린 적색 양파와 바질을 올렸다. 양파를 생으로 잘라 건조하면 매운맛은 사라지고 구수하고 파삭하며 진한 단맛이 남게 된다. 두 번 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루가 온통 불안하다. 많은 사람들이 혼돈 속에서 갈팡질팡이다. 이 와중에도 '구원과 영생'을 구하며 정보를 숨기고 모임을 계획하고 갖는다고 한다. 혹시 이런 생각 안 해보셨는지? '영생'만큼이나 지금의 가족과 내 이웃의 건강 그리고 일상의 나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작은 마음은
특별한 것에 관심을 두지만
큰 마음은 일상적인 것에 관심을 둔다.
-허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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