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Apr 30. 2020

정원 산책

함께했던 기억으로의  동행

    [그립고 또 그리운 친정집 풍경]


    신사임당 이야가 아니다. 결혼하여 멀리 살고 있는 큰 아이주고받은 사월의  이야기다.


    산골에 정착한 부모를 만나기 위해 특별경우를 제외하고, 아이는 5년 이상을 2주마다 방문했다. 하지만 결혼 후 그 일은 한동안 아주 불가능하게 는데,


 4중순! 딸에게 "오늘, 우리 함께 산책할까?"를 제안했다. 밤과 낮이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함께 거닐었던 '산책의 정서'를, 이제는 사진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 산책이 다 끝났을 때, 우린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한쪽에선 하루를 정리하고, 지구 반대편의 나는 햇살 가득한 땅에하루를 시작했다.


    내게 정원 산책은 시간의 빛과 느낌 그리 무심 걷다가 어느 지점에 멈추는 시선이다.


    '열흘 붉은 꽃 없는' 진리 앞에 던져진 우리네 삶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풍경 앞에 손을 모은다.


    벌써 개나리는 져서 연두와 초록 잎들이 무성하고 할미꽃도 씨앗이 영그느라 흰머리 카락을 날리고 있다. 매화나무에도 열매가 달렸고 황매도 꽃잎이 떨어지거나 하얗게 색이 바래가고 있다.  


    청색 물감에 흰색을 섞어놓은 듯한 플록스는 금 한창이고 돌단풍은 씨앗을 채종하여 내년을 기대하며 벌써 파종했다. 양지꽃 줄기는 피리에 맞춰 일어서는 코브라 목처럼 솟아올라 흔들거리고 야생화 산벚나무엔 버찌가 빼곡히 달렸다.


    바쁜 4월에 정원사가 대낮 집 안에 앉아 한가롭게 글을 쓰고 있냐고 묻는다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참을 수 없어서다. 눈 가려움증 재채기, 귀, 뇌까지 얼얼한 상태로 매년 2주 정도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말끔해지니 약을 먹고 안약을 넣고 참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아~'를 부르며 대문을 열고 걸어오던 시간들. 국제 우편으로 보내왔던 편지가 도착했던 빨간색 편지함. 진입로의 서부해당화가 아름다웠던 날이다.

이전 04화  새봄 새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