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이 어때서

by 달해슬

십대 때 친척 언니의 책장에 19금 로맨스 소설이 꽂힌 걸 우연히 꺼내 읽으면서 20년 넘게 로맨스와 함께 인생을 살아왔다.


제인 에어와 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는 로맨스 소설도 탐닉했다. 현재 ㅋㅋㅇㅍㅇㅈ플랫폼이나 ㅅㄹㅈ플랫폼의 로맨스 웹소설도 그러하다. 이 도서들을 읽은 것만 합쳐도 거의 1천 권은 될 것이다. 한 장르의 소설을 파고들며 읽어댄 나는 가히 로맨스 소설 덕후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로맨스 소설을 열정적으로 찾아 읽었던 20대까지는 유미적이고 탐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러한 걸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을 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것은 퇴폐적이고 피폐적인 경향의 로맨스 소설들이라 일컬을 수 있다. 독자층이 한정적이라 그들의 성향과 수요에 따른 결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경향의 로맨스 소설들이 꾸준히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30대가 넘어가자 그 전에는 잘 이해되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피폐하고 탐미적인 로맨스 소설들이 점점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될 때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고 쌓인 시간들을 무시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20대까지의 인생과 30대의 인생을 비교하면, 어떠한 사건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확연히 달라졌다. 사회생활하면서 느꼈던 쓴맛들, 흑역사를 만들어냈던 연애들, 아이를 키우면서 남과 비교하며 느끼던 자격지심까지.. 박복한 인생까지는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고생에 고생을 겪고 나니 삶을 대하는 눈이 달라졌나 보다. 원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이제야 예전에 읽었던 소설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내 머릿속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들이 이해가 되었다. 예전에 봤던 책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으니 처음과 다르게 공감되는 부분이 달라지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삶이 성숙해지며 오늘도 탐미적인 로맨스의 심오한 세계를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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