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결혼하면서 시댁에서 화분을 여러 개 주셨다. 집이 남향이어서 햇볕이 좋았고 베란다가 있어서 식물 키우기 딱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선인장 화분도 있었는데 한 2년 정도 지나고 어느 날 보니 꽃이 피어 있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꽃송이 올라온 것도 본 적이 없었는데, 분홍색의 꽃잎이 위를 향하여 활짝 벌어져서 피어 있으니 깜짝 놀랐었다. 곧바로 사진을 찍어 문자로 시어머님께 알려드렸다.
[어머님, 선인장에 꽃이 폈어요! (사진 첨부)]
<이쁘구나. 잘 키웠다.>
며칠 뒤에 일하시는 시어머님이 쉬는 날이라 집에 찾아오셨다. 다행히 그때까지 선인장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어머님~ 분홍 꽃이 곱지요. 저 선인장에서 꽃피는 건 처음 봤어요.”
“우리 집에 어여쁜 며느리 들어왔다고, 선인장에도 예쁜 꽃이 폈나 보다.”
시어머님은 집에 좋은 사람이 들어오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고운 말씀을 해주신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결혼 전에는 결혼을 해서 시댁분들과 얽히고 그분들과는 서로 예의를 차리면서 조심히 대하면 시집살이가 힘들 게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해서도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 절대 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시어머님도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운이 좋았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시댁 사람들이 양극화되어 있다. 우선 시댁복이 있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여주인공이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내용이 신파로 흐를 때면 악독한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등장해서 여주인공은 호되게 구박받으며 시집살이를 겪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남주인공과도 갈등이 생기며 그를 떠나게 된다.
남주인공은 뒤늦게 자기 식구들의 행패를 알게 되어 그들과 손절하고, 여주인공과 둘이서 알콩달콩 사는 걸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다. 슬프게도 고된 시집살이를 겪는 며느리들은 시금치의 ‘시’ 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이를 간다. 맘카페나 네이트판에만 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댁분들이 말이 거칠어요. 듣고 있으면 서럽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요. 나도 귀한 딸인데..’ 와 같은 일들이나 그보다 더한 불화를 일으키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우리네 남편들은 이상하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효자이다. 시어머니와 자신의 부인 사이에서 중재도 제대로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니게 행동한다.
과감하게 시댁과 단절하는 쪽은 며느리이다. “난 이제 연락 안 할 테니 당신이 효자 노릇 하소.” 선언하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하다가도, 한 번씩 “그래도 우리 엄마한테 연락은 해보는 게 어때?” 하며 슬금슬금 옆구리를 찔러본다. 이러니 네이트판에서 시댁이나 남편에 대한 하소연이 끊이질 않지.
로맨스 소설에서는 남주인공이 확실히 태도를 잡고 자기 가족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확고하게 말해주고 행동한다. 현실에서도 그러한 남편이 되어준다면 ‘남의 편’ 소리는 안 나올 텐데. 내 인생의 남주인공은 처가에도 잘하진 않지만 본인 집에서도 효자가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