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짬밥 좀 먹어봤다고

by 달해슬

오늘부터 네*버 웹소설 ‘지상최대공모전’이 시작됩니다. 저는 로맨스 소설 독자 경력 25년차이지만 소설을 한 번도 쓰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국내 로맨스 웹소설 세계의 흐름은 어느 정도는 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바닥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아니더라도 이른바 ‘짬밥 좀 먹어봤다’고 말할 수는 있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중학교 때의 기억입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한 학년도 거의 끝났지만 수업일수를 맞춰야 해서 학교에 나가야 했던 적이 있어요. 모든 아이들도 교사들도 모두 배울 것도 가르칠 것도 없는 빈 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우던 날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반 친구 한 명이 지금은 사라진 도서대여점에서 <할리퀸>이란 손바닥만 한 책들을 잔뜩 빌려서 가져왔어요. 친한 대여점 사장님이 추천해줬다고요. 저야 이미 그전부터 읽어와서 알고 있었지만, 그날부터 우리 반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여자만 있는 반이라 모든 애들이 그 소설들을 다 돌려서 읽었어요. 앞에 앉은 아이가 다 읽으면 옆 친구나 뒤에 앉은 친구에게 넘기고, 넘기고.. 순정만화책과 함께 며칠 동안 우리들을 즐겁게 해 주던 로맨스 소설이었어요.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자 그때의 기억은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그 로맨스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사실 그전에 교실에서 돌려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교실 안에서는 다들 재밌게 읽었지만, 하교 시간이 되면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감상조차 나누지 않았어요. 그 누구도 그 시간과 공간 외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기억을 안고 있으니, 고등학교에 가서도 대학에 진학해서도 친한 친구에게도 말을 꺼낼 수 없었어요. 십 대의 소녀들은 순정만화를 보고 나선 열렬히 토론할 수 있었지만, 로맨스 소설은 침묵의 대상이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논할 수 없는 소설이었어요.



지금은 그때와 달리 로맨스 소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카카오**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요. 그동안 로맨스 웹소설을 보던 조*아나 북* 등 여러 플랫폼이 존재했지만 그들만의 영역이었고요. 리디** 플랫폼에서는 이북으로 볼 수 있어서 편리하긴 했지만, 그 역시 한정적인 독자들의 세계였습니다. 그나마 리디**의 경우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생긴 남자 배우의 얼굴을 보며 ‘리디** 이북 표지 재질’이라고 언급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로맨스 웹소설이 있다는 게 조금 더 인지되기는 했어요.



그 뒤에 카카오**지 플랫폼이 수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려고 홍보팀이 열일하면서 로맨스 분야뿐만 아니라 웹소설의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접근성이 편하고 러브신도 수위 등급이 15세 이상이거나 전체 등급이라 나이 어린 독자들까지 무난하게 흡수시킬 수 있었어요. 네이* 시리*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웹소설 시장이 많이 커졌고요. 커진 시장만큼 독자들도 늘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수많은 연령대의 독자들이 모여 있으니 말도 많은 웹소설계입니다. 하지만 로맨스 웹소설이 그만큼 대중화된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로맨스 소설의 결말은 언제나 영원한 사랑과 행복이에요. 똑같은 이야기를 긴 시간 동안 질리지도 않게 읽어 왔습니다. 하늘 아래 다른 건 없다는 말이 있지요. 같은 소재, 같은 설정, 결말까지 뻔한 이야기를 왜 보냐고 누군가는 물어보겠지요.



하지만 로맨스 소설 애독자들은 모바일 문화상품권 쿠폰을 할인된 가격으로 사둔 뒤, 로맨스 웹소설 신작이 나오면 언제든 결제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각 플랫폼마다 월초 자동충전은 당연한 것이고요.



로맨스 소설을 읽는 제 취향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든 못 나오든 간에, 매해 공모전마다 작가들이 작품을 쏟아내는 한, 로맨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항상 즐거울 거예요. 이번에도 좋은 작품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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