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일의 철학
아침 일찍 선선한 바람을 걸으며 지하철을 탄다. 노래도 듣고, 유튜브도 보기도 한다. 요즘은 뵈는 게 없는 나이가 되어가지만 예전처럼 책을 몇 장씩 보고 있다. 그간 읽었던 것이 얼마나 내게 남아있고, 잘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
과거에는 이렇게 책을 더 일찍 보기 시작했었다면 하곤 생각했는데, 일어나지 않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읽었으니 이 모양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전에 읽을 때 좀 더 집중하고 몰입해서 읽어둘 것을.. 그런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기억이 안 난다. 아는 게 없다는 소리다. 망각의 강을 헤집고 다녔나.. 알 수가 읎다.
피터드러커의 책은 여러 가지를 읽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란 책을 한참 열심히 일할 때 재미있게 읽었고, 경영의 실제를 아주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엉뚱하게 노엄 촘스키처럼 분야는 다르지만 다양한 종합지식의 관점이 하나의 주제에 점착된 이야기보다 무게감이 있다.
이 책이 그가 쓴 저작물을 요약정리했기에 각 편이 단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피터 드러커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더 해지면 아주 재미있게 볼만한 책이다. 경영이란 기업을 운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세상의 만족은 반응으로 나타나고 이런 반응 속에 전에 없던 새로운 창조물에 대한 생각이 영글어 간다. 그 생각을 현실로 배달하기 위한 노력 속에 새로운 요구사항이 발생하고, 다시 그들의 혁신과 비전을 현실로 갖고 오기 위해 거드는 기업이 나타난다. 이런 일이 인간 문명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사람들은 돈을 벌고, 성공하길 바란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HOW?"라고 한다면 성공하고 돈을 버는 방법에만 집중한다. 좀 더 생각해 보면 HOW에도 깊이가 있다.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산다는 생각도 있고, 십년대계를 세우는 생각도 있고, 사기 쳐서 한 탕 해 먹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수준을 결정한다. 기업 경영도 다르지 않다. 그런 수준의 생각을 갖고 있어도 실행하고 생각을 현실로 갖고 오기 위한 몰입과 집중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용옥의 말처럼 '오직 인간만이 이지로 간다고 말하고, 저리로 간다'는 표현은 종종 마주하는 현타의 순간만큼 적절한 묘사다.
책에서 각 페이지의 주제와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의 관점에서 짚어볼 부분이 많다. 당장 다음 주에는 중요한 고객 미팅이 있고, 회사의 방향과 관련한 중대 미팅도 있다. 월말에도 중요한 기업 미팅이 3개나 있고, 출장도 있다. 오늘도 방향, 전략, 계획에 대한 회의를 하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생각을 다듬어 보고 돌아볼 부분이 많다. 배운다는 것은 아는 게 없다는 소리 아닌가? 그게 공자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책의 초반에 '후진국은 없다. 단지 경영되지 않는 국가만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평등하고,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경영되지 않는 국가와 비교한다면 기업은 다른가? 망하는 기업이 되는 것은 제대로, 제때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쉬워 의사결정이지 이 과정까지는 세상, 경제, 산업, 기업현황, 목표, 전략, 시장, 고객, 사람들의 이해관계까지 온갖 잡다한 지식이 다 녹아들어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다.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두 존중받아야 할 인간지만 망나니 짓을 하는 행동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행동의 결정에 대한 책임처럼 인생도, 기업경영도, 국가운영도 책임이 따른다. 미팅은 많고, 생각이 많아지고, 뵈는 게 없는 상태가 심해지고... 그래도 읽으며 뭔가 조금씩 바른 결정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천을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몇 일 더 생각하면 읽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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