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ing communication with colleague
인사 평가를 마치고 젊은 동업자들 몇 명을 불러서 질문을 했다.
"경력이 몇 연차가 되지?"
각각 답변이 다르지만 10년이 넘었다.
"요즘 정년퇴직이 60세면 몇 년을 더 일해야 하니?"
대부분 자신의 경력기간보다 일 할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경력보다 일할 시간이 짧은데, 자네들은 경력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해야 하네 ㅎㅎ"
다들 인사 평가 결과나 연봉에 대한 기대로 생각이 앞서겠지만, 나는 다른 생각으로 생각이 넘어가는 중이었다.
이런 질문을 왜 하는가? 떠나면 만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루를 함께 부딪치며 살아내는 동료이자 동업자들이기 때문이다. 닥쳐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면 늦는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듯, 스스로 자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 사회에 나오면 공부는 알아서 하는 자율주행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던 대로 하다 하던 일이 없어지고, 하고 싶은 일의 기회가 사라진다.
"공부가 꼭 책만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서 배우고, 책을 보던, 영화를 보던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삶의 입장에서 더 폭넓게 볼 수 있고, 경력이란 것은 어떤 일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의 지표가 된다. 어떤 것을 배워 내가 하고 있는 직업과 직무에 개선을 갖고 올 수 있다면 모두 배울 것이다. 더 크게 그 개선이 기업과 세상에 기여하면 아주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다. 너희들 이력서에 매 년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년 말에 하루 신나게 노는 것이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100세를 살고, 그 100세를 하루살이와 비교하면 돌아볼 것이 많다. 점심시간 밥 먹고 쉬면서 오후에 뭐 할지 생각할 때가 경력 10년 전후의 시간과 비슷할 것 같다. 무엇보다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쓰고, 경력이 존중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함께 일하하고 매일 마주하는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한 해가 가면 경력이 1년 늘어난다. 너도 늘고 나도 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 그런데 너희 스스로 노력과 결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경력이다"라고 말했다. 한 녀석이 "나이?"라고 해서 같이 웃기도 했다. 이것도 누군가 뺏어갈 수 없지만 좋은 경력은 누구도 나에게서 뺏어가지 못하는 고유한 역량이다. 하던 일의 기간을 쓰는 것이 경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과 지식을 쌓고 축적했는지 알아갔으면 했다. 특히 경력 관리는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력은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쌓아 올린 밥벌이의 축적이다.
팀장 시절 팀원이 면담 신청을 해왔다. 어느 업체에서 연봉 천만 원을 인상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 기업 정보를 듣고 정말 좋은 회사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제안 기업도 현재 기업보다 부실했다. 아마 연봉 인상에서 좀 더 유리한 조건을 피력하려는 귀여운 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나이 또래를 생각하면 연봉 천만 원이 작은 돈이 아니다. 현재 현봉이 그 정도 오르려면 몇 년은 걸릴 것 같다. 당장 이직을 검토하는 건 어때?"라고 불을 붙였다. 그 뒤로 이직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일한 만큼 평가해주고, 좋은 기회를 베풀어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 년 차가 올라가면 기고만장 한 사람들도 있다. 한 때 그럼 마음이 드는 것을 탓할 수 없지만, 도가 지나치면 스스로 발전하는 장애가 된다.
"본부장님 제가 그래도 이 분야 영업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업계 어딜 내놔도 그렇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듣고 웃어넘기며 맞장구를 쳐주니 지치지 않고 신이 나서 도가 지나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차고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과에서도 그 부분을 내가 잘 반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000, 이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봐. 현재의 급여조건 수준이면, 업계에 나가 팀장 직책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나이도 되었다. 내가 팀장 시작할 때부터 자네도 봤으니, 영업외에 조직운영과 발전을 위해서 할 부분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어? 당연히 현재 연봉보다 좋은 조건이면 직책도 올라갈 것이고, 당연히 다양한 직무도 오지 않겠어?"라고 말해줬다. 아끼지 않으면 굳지 좋지 않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본인도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영업만요"라며 웃는다. 그렇게 세상의 벽을 하나씩 잘 올라가는 바람을 담아 마주 웃어줬다.
누군가 기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밥벌이란 것이 하던 일만 하면 좋겠지만 지위와 직책이 올라가면 당연히 요구사항이 많아진다. 보기만 하던 일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요구된다. 더 많은 사람을 리딩 한다는 것은 직무와 별개로 사람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일의 어려움을 마주하는 일이다. 직무는 학습과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만, 사람을 경험으로만 배우려고 하면 개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성품과 품격은 미리 닦아서 발현해야지, 거칠게 경험을 통해 닦으면 많은 세월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동료이자 밥벌이 동업자들이 나보다 회사를 훨씬 오래 다닐 것이고 그래야 한다. 항상 그들의 삶이 내가 일하던 시대보다 훨씬 좋아지길 바란다. 이런 작은 소망은 그래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좋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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