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onnected world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니 전시회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Vegas의 여명이 붉게 물든 모습이 묘한 기운을 갖게 한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옆으로 누워서 눈을 비비며 바라보는 창밖이 기분 좋다. 어제 전시 부스를 설치할 때부터 잘못 틀어진 상황을 모두가 함께해서 풀어가는 모습이 생각났다. 목공 처리한 부스가 잘못되면 설치부터 문제가 많은데, 아이디어와 상황을 풀어가는 혼연일체의 모습이 등판 전의 긴장을 낮춰주었다. 팀워크이란 함께 모인다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향해서 집중하고,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완수함으로 서로에게 기여할 때 생기는 것이다.
Opening time에 시간이 비어, 전날 다른 호텔에 special booth를 만든 업체에 다녀왔다. 직접적인 거래처는 아니지만 고객사를 통해서 이쪽 Software 개발 업체와 협력을 하고 있다. 요즘 Keynote가 connectivity라고들 한다.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를 통해서 automony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다. 각 사업 영역에서 각자의 목표를 위한 다양한 device의 연결을 통해 잠재된 패턴을 찾아 자신들의 사업영역에 대한 service & solution을 제공하려는 경쟁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역사 이래로 connectivity를 추구하고 실행해 왔다. 최신 기술도 결국 사람의 행동에 기반하고, 그 행동을 통해서 생각을 읽으려 한다. 마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말, 행동, 생각을 들어봄으로 그들의 의도와 방향을 읽고, 내가 해야 할 것을 챙기는 것과 같다. 이런 노력이 더 큰 기회와 서장, 때론 서로에게 좋은 운까지도 불러오기도 한다.
그렇게 첫날의 한가한 opening time을 초대로 해결했다. 미주시장 팀장은 아니지만, 아는 지인 업체를 불러서 저녁을 하면서 추가로 빈 시간대를 채워나갔다. 전시회란 우리를 알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직접적인 wants를 듣는 시간이다. Needs는 전시회 전에 채워져 있어야 한다. Needs는 어떤 면에서 각자가 소속된 업종, 제품의 기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미주팀장에게 함께 전시회에 가겠다고 의사표현을 했고, 그에게 유럽전시회에 초대하기로 약속했다. 과거와 같이 문화적 특성과 지역만으로 시장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결된 기계가 사람을 연결하게도 하지만, 연결된 사람들은 기회와 협력을 다시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지만, 요즘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미주팀장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건 나에게 행운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의 메인 제품이 바로 내가 제품 기획한 solution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나를 돕고 있으니, 나도 그에게 보답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전시회가 시작되고, 초대한 SW 개발업체에 presentation을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빈 시간대를 선발로 등판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기획자가 PT 하는 방식과 대응을 보면서 다른 영업들의 긴장감을 줄여주고, 설명할 부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전시회가 시작하면 멀뚱멀뚱 있을 것이 아니라, 누군가 첫 손님을 적극적으로 받는 1번 타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작년 유럽 전시회 때 우리 팀 팀원이 혀가 풀려야 하는데 긴장된다고 한 기억이 났다. "막내야,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연습한 데로 설명해봐.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 널 기억하지 않아. 부담 갖지 말고 해봐. 물론 기억이 나고 관심이 나서 다시 찾아온다면 두 번째이니 부담은 반으로 줄어들어"라고 해줬던 말을 내가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품과 solution 설명을 하니, 함께 따라온 대만업체가 관심을 표명한다. 어떤 면에서 상호 거래 관계가 아닌 공동의 고객을 위한 third party collaboration인데 오히려 SW업체에서 적극적으로 integration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 고객의 요청을 손쉽게 해결하고, 추가로 이쪽 SW를 사용하는 업체와도 추가 협력 기회가 되었다. 지인은 개발 요청과 미주 시장의 최신 동향 등 현지에서 파악할 수 있는 많은 자료와 정보를 담아주었다.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렇게 개막전을 치르고 나니 미주 고객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한다. 작년 전시 결과에 실망하고 불평불만도 많아서 다들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부사장님이 진두지휘하던 자회사 회의에서 갑자기 나오셔서 질문을 한다. 개발팀장이 갑자기 등을 떠밀어 미주팀 미팅에도 참석하게 됐다. 이런 부분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야 상관없지만, 함께 일한다는 측면에서는 부담이 된다. 아니다 다를까 자회사 미팅이 끝나자마자 부사장님의 영업팀 잔소리가 시작된다.
한 바탕 잔소리가 지나가고, 자회사 녀석들을 불러서 제품을 설명하고 관리자들에게는 빙빙 말을 돌려서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너무 기를 죽이고 잔소리를 하면 잔치가 깨진다. 툭툭 가볍게 "너 금년에 이거 몇 개 팔 거야?"라고 물어보니 무려 1개를 팔겠단다. 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싶지만 미국인들의 가벼운 품성과 대응처럼 가볍게 제품을 설명하고, 알았다고 했다. 어차피 내일, 모레,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매일매일 쉬지 않고 물어볼 계획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개발팀은 개발팀대로 소규모 그룹으로 분산해서 유기적인 대응을 말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니 시간이 갈수록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전시회 전에 대표이사가 밥 먹자는 말이 나오게 하라는 특명 때문에 스트레스가 천정을 떼리던 담당자의 고객이 왔다. 작년과 같은 분위기면 거의 곤장을 맞을 분위기라고나 할까? 8명쯤 온 고객들이 미팅 끝나고 제품 전시를 시작하고 나자 전 영업, 마케팅, 개발팀들이 한 명씩 붙잡고 질문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어서 가라고 해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고객 때문인지 잔소리가 넘쳐나던 부사장님의 어깨가 목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고객사 사장이 밥을 먹자고 먼저 제안을 해왔으니 사업적으로도 잘 되었고, 고군분투하던 담당자도 한껏 신이 났다.
다음날 다시 자회사 녀석에게 몇 개 팔꺼냐고 했더니, 2개로 바뀌었다. 그다음 날은 4개로 바뀐 것을 보면 본인도 내가 왜 매일 물어보는지를 알 것이다. 다른 자회사 녀석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예전 거래처 사람들을 알아서 데려오기도 한다. 잔칫날 굳이 화를 내고 닦달하지 않아도 해야만 하게끔 느끼게 한다면 협력은 자연스럽게 유발된다.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지 못하고, 햇님이 그 목표를 완수하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미주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이 왔다. 우리가 도전하고, 내가 기획한 솔루션이 그들에게도 선택될지 궁금했다. 현재 그 분야는 타사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장시간의 미팅을 하고 나서 나온 미주팀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정말 그렇게 쉽게 기회가 열린 것인지 의아했다. 이는 사업적으로도 적은 금액이 아니고, 모두의 노고가 결과로 이루어진 일이기에 보통 기쁜 일이 아니다.
전시를 마무리하고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했다. 소감을 한 마디씩 할 기회에 모두들 들떠서 신이 났다. 나는 세 가지의 즐거움이 있었다고 했다. 하나는 이젠 모두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공통된 희망과 목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조회사의 뿌리인 연구, 개발 조직의 노고에 감사할 수 있는 기쁨과 미주 전시회에 좋은 제품을 올리기 전까지 우리 팀 팀원들이 일 년 넘게 유럽, 아시아, 중동, 러시아 시장에서 market field test와 판매를 이끌며 고군분투한 노력에 대한 감사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타시장에서 미주시장까지 이어달리기는 불가했을지도 모른다. 보통은 미주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타시장으로 분배하는 방식이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의 소소한 개인적인 기쁨이라면 기획자의 관점에서 이보다 흐뭇한 일은 없을 것이다.
흥이난 부사장님이 전시회 마지막 날 거나하게 한 턱을 쐈다. 모두들 잔치 분위기다. 힘들게 우리 회사에 모셔와서 기획한 제품과 솔루션을 만들어준 개발팀장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아마도 평생을 기억할 것이다. 알파고도 전기 내리고, 랜포트를 막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사람은 연결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기억하기도 한다. 감동은 기계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주팀장의 정말 고맙다는 말까지 듣고 나니 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의 연결이란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이를 통한 협력은 기계의 신호연결과 막대한 수리능력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병신년에 체감한 중국의 전자시장의 약진은 살을 애는듯 날카로웠다. 내가 병신호란이라는 농담을 던졌던 이유다. 전 세계 20% 이상의 인구들이 열정을 갖고 도전하기에 여러 분야에서 그들의 힘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식하게 그들과 같은 숫자를 넣어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그리고 우리는 내부의 협력, 외부의 협력이란 연결을 통해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함께한 목표의 크기는 아직 예상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작은 소견으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입장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다가오는 유럽 전시회와 내년에 해보고 싶은 기획을 다시 해볼 계획이다. 그렇게 나의 꿈을 키워서 또 타인의 꿈과 섞어서 새로운 협력을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