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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Nov 07. 2018

우리는 사랑일까

 내가 고양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귀엽다'이다. 아,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밥 잘 먹어서, 물을 찹찹 마셔서, 우다다다 뛰어 다녀서,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냐~라고 말해서, 눈부시다는 듯 발로 눈을 가리고 자서, 창밖 까치를 보면서 씩씩거려서... 이 정도이면 그저 숨만 쉬어도 귀엽다고 해도 될 판이다(실제로 숨 쉬는 것도 심장 터지게 귀엽다!).

 하지만 과연 고양이에 대한 나의 감정이 과연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분명 사랑이다. 내 가족을 제외한 어떤 생명체에 대한 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이토록 확신을 가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형성된 우리 관계가 건강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언어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의 의도와 감정을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이 편할 대로 해석한다. 내가 아무리 고양이의 기본적인 언어(밥 줘, 만지지마 등)는 이해하더라도, 서로 언어 체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 관계는 의사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에 불과하다.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우리 사이에 과연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일까?



 무엇보다도 고양이와의 관계 속에서 나는 내 스스로를 변화시킬 필요 없다는 점을 누리고 있다는 게 가장 뜨끔한 지점이다. 아무리 내가 고양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고 블랙 원피스를 못 입으며 동물병원에 많은 돈을 쓴다고 해도, 솔직히 이건 단순한 불편함에 불과다. 고양이와의 관계에서는 진짜 인간과 관계를 맺을 때 겪어야 하는, 나 자신을 무너 뜨리고 변화시키는 고통까지는 겪을 필요가 없다. 그런 고통이 없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굳이 내 자아를 허물고 양보할 필요 없이, 철저하게 이기적인 채로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귀여움'이라는 감정이 지배적인 나와 고양이의 관계에는 힘의 불균형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고양이에 대한 내 사랑이 일그러진 것이라고 자조하게 만든다. 귀여운 것들을 향한 감정이 아무리 따사롭고 귀여운 것들을 소중하게 다룬다고 하더라도, 결국 귀여운 존재는 귀여워하는 존재인 강한 자에 비해 약하고, 강한자에 의해 정복되고 길들여지는 것들이다. 즉, "귀여움의 감정이 구성하는 관계는 본질적으로 권력적인 것"(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70쪽)이다. 나는 스스로 '집사'라고 자조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은 내가 없으면 굶어죽을 한 생명체의 생사여탈을 쥐고서 그의 재롱과 칭얼거림을 즐기는 중일 수 있다.



분명히 나는 너를 랑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하지만 너와 나, 우리는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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