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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석 Nov 06. 2017

^^2 병풍도시

세상 돌아보기

따가운 햇빛이 내 피부로 파고들던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보통 내 일이라는 게 내부에서 하는 것들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외부와 내부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할 수없이 밖에 서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렇게 외부에서 지켜보며 보름 정도 버텼던 것 같다.

피부는 촌스럽게 그을려 한 동안 원래의 뽀얀 피부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이 날도 땡볕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사람을 기다리는데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하여 잠시의 시간이 생겼다.

낮잠이라도 자면 될 텐데 너무 덥다 보니 그냥 그늘에서 한강 바람을 쐬기로 하고 넋 놓고 강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헬기도 뜨고 내리는 걸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강보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강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아파트들이었다.

참 열심히도 지어놨다.  

강남에서 강북을 바라보니 줄 맞춰서 다양하게 아파트 병풍이 강을 따라 참 길게도 솟아있다.

강북에서 강남을 바라보면 더 빽빽할 것이다.
강을 바라보며 살고픈 사람의 욕심은 바벨탑을 만들었다.
강 앞을 미리 선점했던 병풍 뒤로 더 높은 병풍이 다시 세워져 있다.

강을 보는 대가로 웃돈을 주고서 살아갈 것인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살아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스케치북을 꺼내어 병풍들을 옮겨 그렸다.

피그먼드 펜 1.0mm(148mm*210mm)

점점 더 높게 높게 지으면...

건물이 노후되어 철거할 시기가 다가왔을 때 후대들은 저 높은 걸 어찌할까?
자못 쓸데없는 걱정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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