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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석 Feb 19. 2018

^^5. 제주의 남쪽 여행

폭설 속의 햇살

3박 4일 제주 여행을 앞두고 제주의 폭설 소식은 혹여나 못 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을 증폭시켰다.

계획되로 착착 진행되는 여행이면 좋겠지만 긴장이 있는 아찔함이 오히려 기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제주의 불안한 기상상태는 항공 결항과 지연 이유가 되어 아침 뉴스장식하며 불안을 키다.

착륙이 가능하다고 해도 돌아오는 날까지 날씨가 계속 좋지 않다면 돌아오는 날에도 문제가 있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도착엔 문제가 없었고 제주의 눈발은 약하게 흩날렸다. 도착 이후의 비행기는 결국 결항되었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

도착의 안도감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렌터카 업체에서는 산간지역 운행을 자제시켰다.

서귀포의 숙소로 가는 내내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보았다.

시속 20km로 서하며 내리는 눈이 그치기만을 빌었다. 곳곳에 사고 차량들이 보여 걱정은 커져만 갔다.


1일 차-도원 봉수대-서귀포

강한 바람을 탄 파도는 성났고 눈구름은 제주를 덮을 기세였다.
추운 날씨 탓인지 겨울의 제주바다 색은 짙고 푸르게 보였다.
다행히 도착할 때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오후부터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 폭설이 길을 덮었다.

여행의 첫 장소는 제주공항이 한눈에 보이는 도원 봉수대로 올랐다.

이곳은 과거에 바다로 침입하는 적을 발견하면 주변 봉수대로 위급사항을 신호로 보내던 곳이라고 한다.
정상의 왼쪽으로 도두항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제주공항을 낀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람과 눈발이 거세고 차가워서 오래 있지 못하고 내려왔다.

도원봉수대에서 바라본 도두항

숙소로 가는 길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센 폭설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도착했다.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되어 숙소에서 일단 숨죽이며 씨가 좋아지길 기다렸다.

그래도 남쪽 서귀포 쪽은 다른 곳에 비해 적설량이 적고 온도가 높아 눈이 와도 금방 녹아내렸다.


2일 차(동쪽)-외돌개-쇠소깍-아부오름-동백군락지-성산

이번 여행은 제주의 남쪽 해안을 위주로 다니며 가보지 않았던 장소를 찾아다니기로 계획을 잡았다.

서귀포시 중심에 숙소를 잡고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이동하기로 하였다.

자주 오면서 인기 관광지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들을 찾아 지도를 탐색했다.

아침 일찍 해안가를 따라 이동을 하는 내내 눈이 내렸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장소에 도착하면 내리던 눈은 멈추고 해가 떴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 괜찮네.


1- 외돌개

외돌개는 바다 위 20m 높이로 우뚝 쏟은 돌기둥이다.'장군석', '할 바위'등의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며 여러 가지 전설이 깃든 곳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기억된다.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 작품이다.

외돌개
외돌개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돌아보며 휴식을 취하듯 즐길 수 있다.


2- 쇠소깍

쇠소깍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하천지형으로 에메랄드 빛의 투명함을 가진 곳이다.

워낙 물이 너무 맑아서 인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예전에 투명 보트를 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추워서 인지 보이질 않는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 느껴졌다.

쇠소깍

3-아부오름

눈이 많이 와서 인지 아무도 없었다. 바람에 날리는 눈이 우리 가족만을 반겼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을 걸으며 가족들의 추억을 발자국으로 새겼다.

아부오름은 높이가 낮아 10여분 즈음 걸어올라 가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낮은 오름이라 어린이나 어르신도 쉽게 오를 수 있어 가족들과 함께하기에 좋다.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의 눈 덮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으로 찍힌다.

아부오름-스케치

4-동백군락지

위미리에 위치한 동백군락지에 도착하니 커플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하얀 눈과 빨간 꽃이 대조를 이루며 동백꽃은 붉어 다. 입장료 3000원을 받는 어린이는 무료다.

동백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지어 있 나무 사이사이에서 사진을 찍으면 꽃이 이뻐서인지 사진도 이쁘게 나온다.

남자 친구들은 여자 친구의 베스트 샷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분주하다.


5-성산의 오후

해가 사라지고 어둑해질 즈음 성산 근처 해안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인근 바닷가로 산책을 했다.

눈이 내려 하얗게 덮인 성산과 구름으로 덮인 하늘의 오묘한 색이 이곳의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고 있었다.

매번 이곳에 오게 되면 찾는 해변이다.

성산의 측면이 가장 길게 보이고 모래사장이 깨끗해 조용히 걷기에 좋은 해변이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변가

3일 차(서쪽)-도순다원-오설록-저지오름-The horse cafe

제주에 올 때면 이곳에 정착한 지인이 있어 여행할 때마다 만나 도민들이 찾아가는 곳이나 맛집들에 대한 정보를 얻곤 한다. 이번에도 점심을 함께하고 조언을 구했다.


1-도순다원

눈 쌓인 언덕길이라 차량 이동이 쉽지 않았다. 지나던 주민이 위험하다며 되돌아 가라고 충고까지 하셨다.

차밭이 볼만하다고 하여 겨우겨우 올라갔지만 폭설로 문을 닫아 멀리서 바라만 보다 발길을 돌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도순다원

2-오설록

신기하게도 도착만 하면 눈이 그쳤다.

시설 내부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지만 밖의 차밭은 한산했다. 겨울 햇살이 녹차 잎을 더 진하게 우려내는지 유독 더 진한 색을 발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차로 가자마자 폭설이 내렸다.

3-저지오름

제주엔 오름이 참 많다.

특히 평지가 넓은 서쪽의 오름이 가파른 지형의 동쪽보다 보이는 풍경이 더 다채로웠.

동쪽과 서쪽의 강수량은 거의 2배나 차이 날 정도로 기후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10여분 산길을 따라 가면 오를 수 있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지인이 추천해 주었다.

저지오름에 오르니 눈 내리는 곳과 해비치는 곳들이 나뉘어 장관을 이룬다.

The horse cafe-말이 분위기있게 생겼네

4일 차-범섬-산방산-용머리해안-차귀도- 신창 풍차 해안

서쪽 해안 도로를 따라 마지막 날 일정을 마무리해 보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을 발견하게 되어 너무 좋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제주의 남동, 남서의 숨은 경관지를 둘러보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제주를 천천히 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들이 갑자기 시선을 멈추게 한다.

우연히 다가오는 보물이 있기에 제주를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된다.

범섬
용머리 해안
산방산
차귀도
신창풍차해안

떠나기 전날까지 공항은 결항이 속출하여 7000여 명이 공항에서 대기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걱정이 되어 조금 일찍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보니 날씨가 너무도 좋다.

결항도 없고 10분 지연 끝에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다.

다음날 제주는 폭설이 내려 제주공항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하루만 일찍, 늦게 갔었라도 꼼짝없이 갇힐 뻔했다.

이번 여행은 운이 참 좋았다. 진짜 하늘이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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