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도 문장도 삶의 재료다.

by 김호섭

메모장에서 4월을 검색해 본다. 작년 5월에 메모해 둔 단어가 눈에 띈다. "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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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전기장판을 걷어냈다. 겨우내 추위를 5월이 돼서야 걷어내면서 한 다짐은 이랬다. "추위에 대한 불안을 걷어내자. 내년엔 한 달 앞당겨서 4월에 장판을 걷어낼 것". 일 년 만의 약속은 꽁꽁 묻혀있다가 메모를 통해서 삶의 언저리로 바짝 성큼 다가온다. 매일매일 시간을 다투는 To Do List 보다 이런 약속은 느슨해서 좋다. 시간을 충분히 삭혀 푹익은 묵은지 같다. 오래된 약속은 따르고 행함에 또한 넉넉하니 그 삶의 실천은 맛있다. 바짝 신경 쓰고 처리해야 할 나노단위의 일상 속에 파묻혀 길을 잃었고 정신줄을 놓았다면 가끔은 이런 헐겁거나 숙성된 마음도 저장해 놓고 실행해 보자. 거창하고 담대하거나 위대한 약속은 아닐지라도 일상의 작은 마음으로 속도 조절, 방향 조율, 호흡 정돈 해보자. 그 출발은 메모다.


메모로 문장을 씻고 문장으로 삶을 짓는다. 메모도 문장도 삶의 재료다.



주말에 장판을 씩씩하게 걷어내련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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