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살아 살어리랐다.

by 김호섭

급한 이사를 하느라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슬슬 나이 먹어가는 게로구나 하다가도 얼마 되지도 않는 살림살이 옮기는 데 이 모양이니 하등에 쓸모없는 허술한 체력에 부아가 오르기도 한다. 제일 무거웠던 책들은 단순한 질량의 무게가 아니라 문장의 무게임을 알면서도 그러냐? 너. 브런치 작가 3년차 당당한 작가 맞는 거냐?

신열에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니 아프긴 많이 아픈가 보다.

일주일 동안 끙끙 앓았다. 몸살.


얼마 전부터 투고를 진행했는데 마음구석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출판사들로부터 출간 거절 메일이 연일 쏟아지는 게 흔하고 당연한 일이겠다 싶다가도 (뼈와 영혼을 갈아 넣으며 썼다고 나만 주장하는?) 나의 글을 요 편집장님들아. 읽어는 보신 거냐 화딱지 마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그놈의 출간 방향이란 건, 출판사 색깔이란 건 뭔지 좀 알려줘라. 답답하도다 정말이지. 싫으면 싫다 왜 말을 못하고.

워워. 왜 이러냐. 수천 번 수만 번의 거절에 익숙한 영업 경력 34년 차 베테랑 직장인 나부랭이께서 왜 이러시냐. 아마추어 같이. 별생각 없다가 거절이 반복되니 생기는 오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회신을 보내 준 업체 관계자분들께는 감사를 보내야 할 일이다. 투고 메일을 수신조차 안 하는 곳이 절반을 넘으니...

일주일 동안 꺼이꺼이 울었다. 마음살.


몸살과 마음살로 골골대던 나의 일주일을 어렵사리 버텨낸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가보자며 속 깊은 응원과 큰 힘을 보태준 다정한 글벗님은 보살.

중간고사에서 본인과 나의 과제글이 나란히 우수과제에 선정되었다 한 걸음에 알려주는 학교 선배님도 보살.

놓쳐버린 용기를 다시금 주워 올려 겨우 물리치는 나의 엄살.

아버님 힘내세요. 고기 드시고 힘내세요. 며늘아가가 보내 준 살치살.

딸과 사위가 여행길에 보내 준 파리의 햇살.

덕분이다.


이처럼 수많은 살들은 다시 살아가라는 의미이려니. 다시 용기 내라는 감사이려니.

지친 뱃살에 얍! 힘을 주고 다시 걷는 길에 오른다. 어스름한 새벽. 어디선가 닭이 운다. 다운타운에서 차로 10분 거리도 안 되는 이 동네. 이 야트막한 산동네 기슭이 왠지 신비로우니 이건 좀 닭살이다.

그래 울어라. 실컷 목청껏 울어라. 새벽은 올지니.


영차 몸을 일으켜 다시 걷는다.

묵묵히 걷는 발걸음으로 미세하지만 한 겹 보태어 쌓아 올리는 건,

몸과 마음의 굳은살.


한 줄 요약 : 아파도 다시 살아가는 일, 선택하고 감당하고 이끌어 가야 할 나의 삶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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