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미코,

by 김호섭

디어 에미코,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합니다. 당신은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되기로 했고,

나는 기타 치는 할아버지가 되기로 한 약속.

올해 가기 전,

인천 자유공원에서, 도쿄 신주쿠 네거리에서 합동공연하기로 한 약속.

아마도 지키기 어려울 듯하군요.

벌써 절반의 시간이 지나갔네요. 미안합니다.

작년에 아들집에서 가져온 기타는 김광석의

노래처럼 먼지가 되어 저러구 있습니다.

왜냐구요? 먹고살기 바쁘고,

학교 다니기 벅차며,

새벽마다 길 위의 문장을 쓰느라구요.

길문장. 그게 뭐냐구요?

됐어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길문장인들 알겠어요?

제 마음 당신이 모르듯이.


그런데, 합동공연하자는 약속. 한적 없다구요? 그렇군요. 찬찬히 생각해 보니 저 혼자 한 실없는 약속이었군요. 그렇다고 너무 따갑게 야단치진 마세요. 당신의 열정처럼, 보르헤스의 문장처럼 살려하는데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내일을 우리가 모르듯이. 서로를 모르듯이.



때론 지치고

어쩔 땐 길을 잃어도

문장과 나의 삶이 서로 모른 척 하거나

애써 내외를 하려해도

걷다 보고 쓰다 보면

저 멀리의 소실점도

어느새 가까이 보이겠죠?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듯이



당신의 피아노 탐험과 뽀글 머리를 응원합니다.

하늘의 오선지에 제 마음을 담아.


씬씨어리 유어스.

새벽길 위에서

호섭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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