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다음을 생각하는 일

by 김호섭

가을이 오기 전에 겨울을 생각한다.

다음의 다음을 생각하는 일.

태풍이 지나가자

동네 골목이

마을 어머니들이 분주하다

소나기라도 내릴 참이면

덩달아 아버지들도 바빠진다.


한 보따리의 붉은 재료 안에서

이미 햇김치가 익어가고 있다.

자식에게 손주에게 이어질

사랑으로 넘쳐흐른다.


다음의 다음을 생각하는 일.

나의 다음은 무엇이고

그 다음은 또한 무엇인가.


감정만 잔뜩 쏟아낸 단어

젖어버린 문장들.


붉고 찬란하게 빛나는 건 꿈이련가

연둣빛은 고사하고

노랑 삐약 병아리빛깔도 되지 않을

흐리므리한 다짐

젖어버린 마음들.


그래.

지금의 내가

삶의 계급에서 희미한 하양띠면 어떠랴

새벽 돗자리 쫙 펴고 거닐고 노닐며

젖어버린 아이들 널리고 말려본다.

다음과 그 다음을 상상해 본다.

어느 날엔가

하얀 백김치도 묵은지처럼 깊어지겠지.


일상과 숲의 그늘 속이라 보이진 않지만

소년은 어머니들의 미소를 따라해본다.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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