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습관이 새로 생겼다. SNS에서 [길 위의 문장]을 시작할 때쯤부터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것도 아주 많이. 3개월 전에도 길 위의 멋진 문장을 카메라에 담긴 했지만, 그 때에 비해 요즘은 거의 백배 이상의 이미지가 휴대폰 저장공간에 쌓인다.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Instagram ; @walkingandwritng)
더 이상의 문장이 안 보인다. 길 위의 문장이 씨가 말랐다고 해야 하나?
하기사, 반경 5km 이내에 직장, 본가, 공원, 카페, 포차, 병원, 도서관이 모여있으니 어디 멀리 여행 안가는 소년의 뻔하디 뻔한 활동반경 안에서 문장의 한계성은 당연지사이겠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으니,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우선 던져본 질문. 어떤 고정된 물체에 적혀있는 것만 문장인가? 역시 질문이 좋아야 좋은 답이 나오는 법이려니 바로 답이 나온다. 일상의 모든 장면을 보고 어떤 상황을 만나며 마음에 떠 오르거나 흘러가는 문장도 어엿한 문장이다.
마음의 문장을 찍는다.
제법 근사한 답이로다. 마음의 문장은 보이질 않으니 순간에 자주 잊힌다. 기억은 생각보다 유효기간이 짧으니,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니 사진은 기록이고 마음의 문장은 관찰에서 오게 되니
[길 위의 문장]은 길과 마음의 관찰일지가 되어간다.
한걸음엔 뚜벅뚜벅 두 걸음엔 차알알칵이다.
세상 만물이 고정되어 멈춰있는 건 없다. 돌과 바위도 상대방의 운동성과 이동성에 따라 움직인다.
만물이 그러하니 사물이 멈춰있거나 움직이는게 다르거나 구별되는 현상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일상으로 가지고 와 보자.
오호라. 카페 문이나 전봇대에 적힌 문장도, 마음에 쓰는 문장도 따로 다른 게 아니다. 모두가 흐른다. 흐르는 강물 속에 척척 문장을 길어 올리며 흐뭇해하는 어부가 되고 싶다. 잊지 않으려 기록하는 눈 밝은 사진사가 되고 싶다. 관찰하는 시선이 따듯한 작가가 되고 싶다.
문장 몇 개 쓰다 말 거라고 예상했던 소년은 어라? 제법인걸? 혼자 놀란다. 세상 게을렀던 소년이
걷거나 쓰거나 하더니 어느새 [길 위의 문장들]이 백 개의 문장이 되어간다.
소년의 눈이 반짝 동그래진다.
새로운 습관이 이끌어 갈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다시 새벽이 온다.
아직 멀리있어 먼 동이지만 동은 트리라.
쓰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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