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말팔초

by 김호섭

뿌애애앵 큰소리로 콤프레샤 울고 있을 때 어느 정도 예견한다.

골골대던 냉장고가 스르르 멈춰서도 그러려니 하는 계절.

차도 나도 퍼지는데, 그래. 너도 애썼다. 좀 더 버텨주면 좋았지 싶다. 하필이면 그 유명한 7말 8초에.

참으로 다채롭도다. 7월에서 8월 사이.

이 "여름"


내 청춘의 컴프레샤는 튼튼했을까 안정했을까

뜨거웠던 수십번의 여름들 어찌 울지 않고 보내왔을까?

내가 나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은 잠시고

현실은 잠시 보다 짧은 눈앞이다.

차분히 당근 아이콘을 누르며 살길 모색하는

오늘의 생은 허름하지만

어쩌면, 살아내는 매 순간이 눈부신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상해버린 반찬들 죄다 내다 버리며,

때론 한없이 지쳐가도 아직 게임이 끝난 건 아니라며,

애써 호기롭게 작살내는 문장은 꼭꼭 씹는 혼잣말이다.

"그래. 덤벼라 여름아. 어디 한판 붙어보자." 이런 젠장.

울고 싶을 땐 신나게 울자. 웃고 싶을 땐 격하게 웃자.

그러는 게, 내가 나에게 잘해주는 일이겠다 싶다.

이젠 그래도 되겠다 싶다.


당근 뚝딱, 이번엔 작은 아이를 데려와 통곡의 언덕과

통한의 계단을 지나 청예담에 앉혔다. 계단에서 홀라당 떼구루루 또다시 구르진 않는다.

경험은 겪고 보니 친절한 선생님이시다.


설설 끓는 방바닥보다 등바닥이 더 뜨거우니 아이고 드러눕는다.

등줄기로 흐르는 진땀의 강보다 시원한 건 하늘의 바다.

월미도 하늘 파도가 소년에게 보내온 어제의 단어는

시리도록 선명하다. "가을"


소년은 딱 한뼘 높아진 하늘에 닿을세라 두 손 벌려 높이 뛰어오르며 오늘의 문장으로 답한다.

"어서 오너라.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