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인천광역시 공식 블로그 "Allways Incheon"
공원 광장에 드론이 떴다. 광장보다 넓은 하늘이 마음껏 펼쳐져 있으니, 젊은이들이 가끔 날린다.
그 옛날,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연 날리듯이.
한 소년이 고개를 젖히고 드론의 춤을 한참이나 감상한다. 저 소년이 이다음에 나이 들어서 공원에 다시 오면 그 하늘엔 무엇이 날고 있을까. 택시나 버스나 무엇이 날아다니든 드론을 추억하겠지? 내가 방패연을 추억하고 나비 연을 기억하듯이.
사실 따지고 보면, 드론이나 방패연을 압도하는 게 있었으니, 평화의 상징 비둘기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커다란 아파트형 비둘기집이 있었고, 푸드덕 떼 지어 날아다니던 새들의 군무는 화려하면서도 무서웠다. (너무 많아서…). 아마도 문학소녀들이 오늘의 드론을 봤다면 비둘기를 추억했으려나? 이렇게 하나의 사물을 보고 다양하게 추억하는 건, 같은 책을 보고 다채롭게 해석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면서도 신기하다.
관찰자와 대상과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직조할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소년의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무엇을 보고 싶은가? 문학도다운 상념을 발제하고는 비둘기. Pigeon. 피죤. 빨래엔 피죤.
빨래 걷으러 그만 들어가자는 발 빠른 결론에 이른다. 상큼한 결론이다. 산책을 마치고 방구석으로 돌아온다. 드론에서 빨래를 연상하다니, "드론은 빨래다"라는 문장을 만들다니. 문학 소년도 이제 생활인의 풍모가 어엿하다. 제법 기특하다. 빨래도 뽀송하다.
저녁 늦게 후배가 찾아왔다. 사업하다 망했는데, 먼저 망한 선배에게 도움 될 만한 조언을 구하고자 한단다. 그래. 잘 오긴 했다만, 망한 인간들은 고만 오고 흥한 인간들이 와 줬으면 좋으련만.
굳이 방구석까지 오겠단다. 문을 열자마자 후배는 말한다.
"아니…. 등소평 이후 최고의 카리스마라 불렸던 천하의 호서평이 왜 이러고 살아요..."
"뭐가 어때서?"
"혼자서 이 무슨 궁상이요? 아이고, 참 나" 혀를 차는 후배에게 선배는 이렇게 말한다.
"너, 설마 오늘 나하고 싸우자고 온 건 아니겠지?"
후배의 어려운 사업 현황을 선배는 묵묵히 듣기만 한다. 열심히 살아온 친구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한참 동안 침묵을 이끈다. 선배는 한마디만 한다. "드론이 하늘에 떠 있거나, 바닥에 떨어지거나 어느 순간에도 창공과 비상을 생각해라. 그런데 땅에 떨어졌을 때는 하나를 더 생각해야 해. 빨래를 생각해야 한다.
일상을 놓치거나 무너지면 비상도 재기도 어려워진다." 후배는 대충 알아들은 눈치다.
"형은 뭐 하고 살아요? "
"나? 나는 재미나게 살고 있지. 새벽을 거닐고 문장을 노닐고 그러지."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말고, 쫌. 그래서 돈 좀 돼요?"
"자본주의 찌든 인간아. 돈이 인생의 전부더냐?" 후배는 말한다.
"전부인 거 같아요..." 다시 침묵은 이어진다.
문밖으로 배웅하려는데, 후배가 선배에게 돈 몇 푼 쥐어준다.
"아이고 호서평, 제발 잘 좀 살아요. 이게 뭡니까. 이게..." 후배의 눈에서 바다가 차오르려 한다.
선배의 손은 후배의 눈물보다 빠르다.
"마음만 받겠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재기에 보태라. 너. 호주의 화폐단위가 뭔지 알아?...... 호주머니."
돈 몇 푼을 후배의 호주머니로 돌려보낸다. 어처구니없는 아재 개그가 가끔 이렇게 효과가 있을 때가 있다.
후배가 웃는다. 그래 그렇게 웃으며 일어서면 된다. 애써라. 후배야.
멀어지는 후배의 등 뒤로 그의 건투를 기원해 본다.
그나저나 오늘 드론을 그냥 스쳐지나 보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렵사리 마음 긁어
한마디를 전했지만 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문장이었으면 좋겠다.
밤이 깊었다. 일요일이 다 갔다.
한 줄 요약 : 꿈은 단단한 일상에서 출발하고 또한 회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