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호섭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힘들고 지칠 때 초콜릿처럼 꺼내 먹으라는 자이언티의 노래처럼 찾아 읽는 시입니다.

<길 위의 문장들>이 의지하는 몇몇 시와 문장 중 하나입니다.

시대적 암울을 굳이 교차하지 않더라도

어느 날 헛헛한 일상의 길목을 만나면

찾아 읽게 됩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간절기에 감기에 잘 걸리 듯.

마음의 간절기를 지나고 있나 봅니다.

한 번 더 읽고

요즘 잃은 것을 찾아

다시 길 위에 나서 봅니다.

찾아야 할 것이 많은지

마음이 시끄럽기도 하지만


다만,
굳이 찾지 않더라도

걷다 보면 이르게 되는

믿는 구석이 하나 있습니다.

평온.


한 줄 요약 : 우리가 잃어버린 건 무엇이고, 찾는 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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